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국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배출 전망치를 재설정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배출 전망치를 늘려놓고 30%를 감축하면 형식상 목표를 달성해도 배출량은 늘어나는 것이어서 정부의 감축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환경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련 부처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8월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재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계획과 연계한 범부처 로드맵을 연말까지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출 전망치를 늘리겠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2010년 배출량이 전년보다 9.8%나 늘어나는 등 감축목표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날 "지난해는 2010년에 비해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웠기 때문에 실제 배출량이 전망치보다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2009년 설정한 배출 전망치보다 높여서 재설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국제사회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밝힌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는 8억1,300만tCO₂e(6가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배출량)으로 여기서 30%(2억4,390만tCO₂e)를 감축해 5억6,910만tCO₂e만 배출해야 한다. 국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2년 1.6% ▦2013년 3.3% ▦2015년 10%를 감축해야 하지만 폭염과 한파 등으로 2010년에 오히려 배출량이 전년보다 늘었다.
배출 전망치를 높이면 30%를 감축하더라도 실제 배출량은 늘어나게 돼 애초 목표는 빈 껍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는 "2009년 당시 배출 전망치 계산이 엉터리였거나 그 동안의 감축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쉽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에너지 사용량 증가로 배출 전망치를 재조정한다는 건 결국 화력발전소 18기 신설 등을 담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수급계획을 의식했다는 것"이라며 "부문 계획(전력수급계획)에 의해 녹색성장기본법에 명시된 국가 감축목표가 바뀌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에 새 정부의 감축 의지 후퇴로 비칠 뿐 아니라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배출 전망치를 예상해서 감축 목표(비율)를 정하는 '배출 전망치 감축 방식' 아래에서 전망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성장률이 안정대로 접어든 EU 등 선진국은 목표 감축량을 명시한 '절대량 기준 감축 방식'을 택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브라질, 멕시코는 전망치 대비 감축 비율을 명시한 '배출 전망치 감축 방식'을 택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에너지 사용량 증가는 배출 전망치 상승 요인이 되지만 경제 성장률 감소와 국제 유가 상승은 감소 요인이 돼 전망치가 증가할지 감소할지는 실제 작업을 해봐야 알 것"이라며 "유가변동률, 경제성장률 등 국제사회가 공신하는 기준을 적용해 '꼼수'라는 비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환경부는 ▦화학 사고 발생 시 경영진에게 피해 책임 묻는 피해배상책임제 ▦연속 3회 화학사고가 나는 업체는 영업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 도입 등을 담은 유해물질사고 대책도 발표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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