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에 붉은 파도가 일었다. 전속계약 관련 법적 분쟁을 마치고 3년 만에 일본 활동을 재개한 3인조 남성 그룹 JYJ(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의 콘서트에 모인 5만 팬들이 빨간색 형광봉으로 만들어낸 장관이었다.
JYJ가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 내 최대 규모 실내공연장인 도쿄돔에서 '더 리턴 오브 JYJ'라는 제목으로 세 차례의 콘서트를 열었다. 도쿄돔 무대에 선 건 일본 활동을 막 시작하던 시기인 2010년 6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마지막 콘서트가 열린 4일 도쿄돔 인근은 평일 퇴근시간 전인데도 여성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팬은 상기된 목소리로 "3년을 기다렸다. 드디어 JYJ의 공연을 보게 된다니 설렘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16명의 댄서와 함께 무대에 오른 세 멤버는 첫 번째 앨범 '인 헤븐'에 수록된 '미션'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JYJ의 이름으로 낸 2장의 앨범과 김재중, 김준수의 솔로 앨범을 중심으로 김동률, 안전지대, 나카시마 미카, 아야카 등 세 멤버가 좋아하는 국내외 가수의 노래까지 25곡이 뒤를 이었다. 박유천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솔로 곡 '그녀와 봄을 걷는다'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연 말미 김재중은 관객들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지난 3년간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지금은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3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JYJ! JYJ!'를 외쳤고, 멤버들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10(十)자 형태로 설치된 120m 길이의 돌출 무대를 가로지르며 인사를 건넸다.
JYJ에게 일본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2003년 동방신기로 데뷔한 그들은 일본 내 K팝 열풍을 주도하며 톱스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2009년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분쟁, 이듬해 일본 내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던 에이벡스와 소송으로 지난 3년간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었다. 법원은 올 초 JYJ의 손을 들어줬고, 이번 콘서트는 이들의 일본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 같은 무대였다.
박유천은 이날 공연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3년 전 도쿄돔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와 스태프들과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다음 공연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본 광고대행사 덴쓰의 미우라 신기 대표는 JYJ의 일본 복귀에 대해 "통계로 보면 한류가 식었다고 나타나는데 이번 JYJ의 콘서트는 평일에 3회 모두 매진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도쿄=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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