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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압박 받는 韓銀 “독립성 강조 기회”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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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압박 받는 韓銀 “독립성 강조 기회” 목소리

입력
2013.04.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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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최근 정부ㆍ여당의 전방위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해 금리를 유지해도, 내려도 모두 비난 받을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차라리 위기를 독립성 강조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정치권과 정부, 한은 등에 따르면 경기둔화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다음주(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노골적으로 한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발언 주체도 다양하다. 모두 "금리 결정은 금통위 권한"이란 전제를 깔긴 했지만 당ㆍ정ㆍ청이 한 목소리로 한은을 압박하는 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에도 보기 힘들었던 낯선 풍경이다.

문제는 한은이 최근 이런 요구와는 정반대 신호를 내왔다는 점. 김중수 총재는 지난달부터 수차례 저금리 장기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미약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금리를 내리면 본인이 한 말을 뒤집게 되고, 유지하면 정부에 맞서는 꼴이 된 것이다.

한은은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 총재와 금통위원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에서 한은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긴 어렵지만 그간 한은의 '독립적 의사결정'은 불문율로 존중돼 왔기 때문이다. 처음엔 분만 삭이던 한은 내부에선 갈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추경 정부안이 축소될 것을 예상하고 그 부족분을 한은의 금리인하로 보충하자는 의도", "경기를 확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책임을 (금리인하를 거부한) 한은에 미루려는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나온다.

어차피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면 금리 동결을 고수해 한은의 독립성을 부각시키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간 총재와 대립각을 세웠던 한은 노조도 "금통위 독립성을 흔들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한은은 마침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작년 두 차례에 걸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작년과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0.03%포인트와 0.19%포인트씩 높일 걸로 추정된다"며 "인하 효과는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를 위한 금리인하 는 '이미 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 다음주 금통위 결정을 가늠하기는 이르지만 한은 안팎에선 이달 금리 동결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대신 정부 정책에 부응해 총액한도대출 규모(현재 9조원)를 늘리고 대출금리(현재 연 1.25%)를 낮춰 '구색'을 맞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직원은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는 김 총재로선 이 기회에 독립적 면모를 보여주며 역으로 자리를 공고히 할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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