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와 경영진 간 대립으로 주목을 끈 'KB금융지주 사태'에 이어 보험업계에서도 이사회가 회사 측의 신임 대표 선임 시도를 좌절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4일 보험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LIG손해보험은 지난달 27일 정기이사회에서 김우진 부회장을 새 대표로 선임하려 했으나 사외이사진의 반발로 결국 안건을 상정하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외형상은 안건 미상정이었으나 사실상 회사 측 요구에 대한 사외이사진의 거부로 표결 대신 안건 자체를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안건을 부결시킬 경우 KB사태처럼 내부 대립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이사회에서 회사 측 제의를 놓고 수시간 동안 격론과 고성이 오갈 정도로 토론이 치열했다"고 덧붙였다.
김우진 부회장은 2006년 1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LIG손보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인물. 지난해 초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나 이번에 회사 측이 다시 대표 선임을 시도한 것이다. 사임 당시 경영실적, 금융당국 검사 대응 등과 관련한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설이 떠돌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대표 교체 시도의 배경으로 대주주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 측과 현 대표인 구자준 LIG손보 회장 간의 갈등을 꼽는다. 대주주의 경영진 교체 시도를 외인부대인 사외이사진이 좌절시켰다는 얘기다. 한 사외이사는 "요즘처럼 보험권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 교체는 대단히 중요한 선택인데도, 회사 측이 사전 설명 등의 절차를 소홀히 한데다 인물 면에서도 찬성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회사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IG 측은 조만간 이사회를 다시 열어 김우진 대표 선임 건을 재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동의 가능성에 대해 한 사외이사는 "(부적절해 보이지만) 회사가 다시 같은 안건을 제출한다면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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