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실크로드 거점도시로 재조명하기 위한 '경북도 실크로드 탐험대'가 보름 만에 실크로드 중심도시인 중국 시안(西安) 땅을 밟았다. 전국 대학생과 여행작가, 공무원 등 75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경주에서 차량과 선박, 자전거 등으로 5,000여㎞를 달려 4일 시안에 도착해 입성식을 가졌다.
대원들은 지난달 21일 경주에서 출정식을 한 뒤 대릉원과 상주의 비단공장, 옛날 중국 뱃길을 이은 경기 화성시 당성을 거쳐 같은달 24일 오후 평택항에서 중국행 페리호에 올랐다. 25일부터 중국 땅에서 우리 선조들의 문명교류 흔적을 찾는 실크로드 원정이 본격 시작됐다. 원정길은 신라인들이 당시 자주 이용했던 중국 내 3개 항포구 지역을 우선 경유한 후 시안으로 향하는 루트였다.
산둥성 웨이하이에 도착해서는 신라인들의 집단거주지인 신라방과 신라촌 등이 있던 옌타이의 봉래고선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중국내 탐험을 시작했다. 박물관 측은 최근 내부에 신라방을 재현한 공간을 조성, 현지에서도 신라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상왕 장보고가 824년 건립한 웨이하이의 적산법화원에서는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높이 8m의 장보고상을 보면서 당시 신라와 당, 일본 3국 해상무역을 손에 쥔 그의 저력을 느꼈다.
이어 칭다오와 연운항을 거쳐 고운 최치원이 과 을 썼던 양저우를 탐사했고, 신라 원광법사가 수행한 수저우 호구유적과 항저우의 실크박물관, 상하이에서 1932년 항저우로 잠시 옮겨온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도 견학했다.
탐험대원들이 가장 신선한 충격을 받은 곳은 안훼이성 지우화산(九華山)이었다. 신라왕자 김교각이 이곳에서 설법하다 99세인 794년 가부좌를 튼 채로 입적, 중국인들로부터 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대원들은 우리의 무관심과 당시 신라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구법승들의 활동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탐험대원인 부산대 강남이(22ㆍ여ㆍ부산대 사학3)씨는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김교각 스님이 중국 땅에서 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우리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장보고가 무령군소장을 지낸 쉬저우와 판관 포청천으로 잘 알려진 카이펑, 경북도의 자매도시인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 소림사가 있는 등펑, 뤄양을 거쳐 4일 오후 3시쯤 시안으로 입성했다. 탐험대는 장안성 일대를 자전거로 누비며 경주실크로드의 불씨를 지폈다. 탐험대는 5일 경북도가 산시성과 자매결연을 맺는 동안 시안 선유사 주변의 혜초기념비를 둘러보고 6일 귀국하는 것으로 1차 탐험을 마무리한다.
경북도는 1차 탐험 중 중국 내 지자체와 환영 및 교류 행사가 축소 또는 취소된 경위 등을 검토, 7월17일∼8월31일 시안∼터키 이스탄불 구간의 2차 탐험 때 시금석으로 삼을 계획이다.
윤명철(58ㆍ동국대 교양교육원교수) 경북도실크로드탐험대장은 "개인적으로 고구려사를 전공했지만 이번 실크로드 탐험을 통해 신라인들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고 느꼈다"며 "앞으로 해로와 초원길을 통한 실크로드도 재조명, 미래를 향한 실크로드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안(중국)=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