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하나 둘 멈추고 식료품이 동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우리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진입을 전면 차단한 지 이틀째인 4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돌아온 우리 근로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 상태로는 개성공단 운영도 오늘, 내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불안한 상황을 전했다.
우리 근로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5명이 귀환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9차례에 걸쳐 모두 220명이 돌아왔다. 오후 2시 10분쯤 귀환한 신발 제조업체 직원 김모(56)씨는 "원자재가 떨어지고 있어 우리 공장은 오늘로 가동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은 라면이라도 먹고 있지만 이것도 내일 밤이면 다 떨어질 수 있어 먹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귀환 근로자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북측 근로자들에게 점심으로 제공한 국과 간식도 더 이상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입주기업 세 곳은 우리 측에서 공급하는 가스가 끊겨 어쩔 수 없이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공단 내 마트에서는 식료품도 거의 동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북한이 갑자기 개성공단 진입을 막아 우리 쪽에서 공급하던 원자재나 식자재 등이 끊겼기 때문이다. 귀환 근로자들은 "일부 기업이 식품 확보를 위해 사재기에 나선 탓에 더 빨리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현 상태라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평균 4일 정도밖에는 버틸 수가 없어 주말을 고비로 조업중단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한식ㆍ청명인 5일이 북한의 공휴일이고 일요일 역시 휴일이라 5일간 자재와 식품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5일부터는 조업 중단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연쇄부도 우려도 나오고 있다. C사 대표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당장 수억원의 매출이 날아가고, 납품계약위반으로 지불하게 될 위약금 등 2차 피해까지 따지면 회사가 부도가 날 수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북한 쪽 CIQ 검문검색은 전날보다 한층 강화됐다. 공단 내 각종 장비 반출은 완전히 금지됐고, 세관에서는 귀환 근로자들의 가방 안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오전에 귀환한 권모(38)씨는 "군인들이 평소의 두 배나 배치되는 등 세관검사가 까다로워져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게 돌아왔다"며 "이전과는 달리 군용 차량에 위장망을 치는 등 3년 전 천안함 폭침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주=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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