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도시락 가지고 왔습니다."
4일 오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노원구 상계 3, 4동 양지마을과 희망촌 일대에 도시락 배달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이날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상계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함께 독거 노인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 배달에 나선 것이다. 안 후보는 양손에 도시락을 들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주민들과 마주치면 "시간 날 때 꼭 한번 읽어보세요"라며 명함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다수 노인들은 안 후보를 알아보며 반겼다. 일부 노인들은 "차라도 한잔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집이 이리 어설퍼서…"등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에 개의치 않고 집에 들어가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맛있게 드시고 불편한 점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안 후보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이날 아침 마들역에서 출근 인사를 하면서 손을 건넬 때 일부 유권자들이 외면했던 경우와 달리 노인들의 반응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1시간 30분가량 도시락 배달을 마친 뒤 기자에게"열악한 주거 환경과 구불구불한 골목, 매일 한끼의 식사를 지원 받는 할머니들을 보니 30여 년 전 대학생 시절 구로동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오후에는 상계동의 한 카페에서 운곡중학교 학부모들과 만나 지역의 교육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이날 10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출근 인사부터 퇴근 인사까지 15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했음에도 "봄볕에 얼굴이 좀 탔을 뿐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 인사를 하다 보니) 집에서도 가끔 아내를 보면 허리 굽혀 인사할 때가 있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오전 노원구청 앞에서 밝힌 출마의 변에서 "박근혜정부가 스스로 혁신하고 거듭나지 못하면 국민과 함께 새 정치의 이름으로 견제하고 바로잡을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권력의 독선과 독단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노원병 보궐선거는 노원만을 바꾸는 지역 선거가 아닌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전국 선거"라며 "안철수가 당선돼야 기성 정치세력이 국민을 무섭게 볼 것이고 국민을 무섭게 생각해야 정치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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