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의 기적을 써내려 가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B그룹 경기에서 스페인을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랭킹 26위)이 4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푸이그세르다에서 열린 대회 2차전에서 홈 팀 스페인(30위)을 3-0으로 물리쳤다. 실업은 물론 대학 팀도 하나 없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학업이나 생업과 아이스하키를 병행하는 순수 아마추어들로 구성돼 있다.
1차전에서 강호 크로아티아를 4-1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던 대표팀은 홈 팀 스페인(1승 1패)마저 꺾고 2연승을 달리면서 우승 전망을 밝혔다.
한국은 스페인을 맞아 거듭 숏핸디드(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에 몰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무실점으로 버티고 오히려 골을 터트리며 우승으로 가는 두 번째 고비를 넘어섰다.
경기의 승부처는 3피리어드였다. 대표팀은 3피리어드 시작 2분42초만에 조미환이 2분간 퇴장을 받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오히려 20초 만인 3분2초에 이연정의 슈팅이 상대 골리 맞고 나온 것을 조수지가 재차 슈팅해 골 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 박다연과 방선우가 잇달아 마이너 페널티를 받으며 수적 열세에 몰렸지만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숏핸디드가 끝나는 순간이었던 3피리어드 7분22초에 에이스 박종아가 수비 지역에서 상대 퍽을 가로채 단독 드리블, 일대 일 찬스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스페인은 종료 3분여를 남기고 골리를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오히려 17분31초에 박종아가 빈 골문을 가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2골을 넣은 박종아는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아이스하키가 좋아 대표팀 동료인 박예은과 함께 강릉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특이한 케이스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2012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B그룹 대회 5경기에서 6골 2어시스트로 대표팀 최다 포인트를 기록했고 지난달 열린 2013 여자리그에서 14골 9어시스트로 포인트왕에 등극했다.
수문장 신소정은 첫 경기에 이어 이날도 네 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내는 등 35세이브를 기록하는 철벽 방어로 한국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신소정은 이번 대회에서 세이브(66)와 세이브율(0.985), 실점율(0.50)에서 모두 선두에 이름을 올리며 빙판 위 기적의 중심에 서있다.
같은 조의 크로아티아(1승1패)는 아이슬란드(1승1패)를 5-4로 꺾었고 벨기에(1승1패)는 남아프리카공화국(2패)을 9-1로 대파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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