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잇따라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키로 하면서 학내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연세대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본관 앞에서 자유전공 폐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측이 자유전공학부를 없애고 내년에 신설되는 글로벌융합학부에 통합키로 한 때문이다. 한국외대도 내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고 L&D학부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학생들이 한동안 반대시위를 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이미 자유전공학부를 없앴다.
대학들의 폐지 명분은 2학년 전공선택 시 경영ㆍ경제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인기학과로 몰리는 현상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소수 인기학과 편중은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내놓지 못한 학교에 책임이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2009년 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고 학부 법학과가 폐지되자 남는 정원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서둘러 만들어졌다. 당시 대학들은 '통섭과 융합 인재 육성'을 취지로 내걸었다. "다양한 학문을 접하므로 해서 폭넓은 시야와 통찰력을 지닌 지성인을 양성할 수 있다"며 모집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말만 그럴듯했지 학교나 교수나 준비가 되지 않아 사실상 학생들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로스쿨 등 각종 고시준비반 성격으로 변질된 곳도 있다. 시류에 편승해 충분한 연구와 검토 없이 졸속으로 만든 후유증이 나타나자 이제 다시 별 생각 없이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비록 일부지만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비교적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대학들도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었던 과목들을 정해 스스로 전공을 만들어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서울대 '학생설계전공'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학생들이 만든 전공은 인문소통학 음악미학 예술경영학 등 32개가 있다. 우리 대학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만 신경 쓸 뿐 그들을 어떻게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로 키울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다. 좋은 취지로 만들었으면 부작용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바로 통폐합하는 것은 자신들의 무능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