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질적 금융완화에 주가 급등, 엔화 급락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 후원자를 자처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4일 시중 화폐 공급량을 2년 내 2배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획기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시중에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림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일본 기업과 수출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년 내 물가 2% 상승 목표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양적, 질적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이 구체적인 물가목표 수치를 제시한 것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여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138조엔(1,624조원)이던 화폐공급 총량을 내년 말까지 270조엔(3,170조원)으로 늘린다. 장기국채 매입량도 대폭 늘려 내년 말까지 지금의 2배인 190조엔(2,236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보유 잔고는 매년 1조엔씩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이를 위해 장기국채 보유액을 화폐발행총액 이내로 유지한다는 ‘일본은행권 규칙’을 당분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금융완화 수단의 일원화 차원에서 2010년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임 총재가 도입한 자산매입기금 활용을 통한 금융완화 방식은 폐지키로 했다.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회의에서 통 큰 금융완화 정책이 쏟아지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4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전날 종가(1만2,362.20)보다 272.34포인트(2.2%) 오른 1만2,634.54포인트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달 12일 이후 두번째로 높았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95.58엔까지 급락했다.
일본은행이 장기국채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상장지수펀드(ETF) 등 리스크가 큰 자산의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의 대표 지표인 10년물 일본국채 이자율도 연 0.425%까지 떨어졌다. 2003년 6월11일 0.430%를 깬 역대 최저치다. 국채 금리의 하락은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금융완화 정책이 이달 말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라며 “향후 회의에서 금융완화를 위한 추후 조치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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