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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친박 낙하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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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친박 낙하산 신호탄

입력
2013.04.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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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후임에 '친박 인사'인 홍기택(61) 중앙대 교수가 내정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강 회장과 함께 'MB(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공론화했다. 박근혜 정부의 MB 인맥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4일 홍 교수를 임기 3년인 산은지주 회장으로 청와대에 임명 제청했다. 서강대 출신인 홍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인수위원과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겸직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금융위는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전문가인 홍 내정자가 금융회사 사외이사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며 "정부의 정책금융 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경제 지원에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친박 인사를 챙겨주기 위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회사 실무 경험이라야 농협금융 사외이사 경력이 거의 전부인 학자 출신이 정책금융 개편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MB정부의 대표적인 금융권 낙하산 인사인 고려대 총장 출신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보다 훨씬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어 회장은 대학이라는 큰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과 금융통화위원 등 금융실무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조직이 안정된 금융회사라도 학자 출신이 경영하기는 쉽지 않은데, (불확실한 민영화 일정 등으로) 향후 정체성이 모호한 대형 금융지주를 잘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의 논공행상이라 해도 너무 심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강 회장, 어 회장 등과 함께 금융계 '4대천왕'으로 불리던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와 관련,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혀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이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후임자의 자격을 묻는 질문에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분이 맡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박근혜 정부와 함께 할 수 없음을 공식화한 셈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신 위원장의 이 회장 퇴진 압박과 홍 교수의 산은금융 회장 내정은 새 정부 낙하산 인사들의 본격적인 금융권 진입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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