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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하우면 북한도 10년 안에 푸르게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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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하우면 북한도 10년 안에 푸르게 변해”

입력
2013.04.0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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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축적한 치산녹화 노하우를 이용하면 북한도 10년 안에 푸른 강산으로 변모시킬 수 있습니다."

권영계(61) 전 산림청 서울관리소장은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국내 치산녹화 사업의 산 증인이다. 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만난 권 전 소장은 "1차 치산녹화사업이 시작된 1973년에 산림 공무원을 시작했다"며 "첫 부임지인 지리산으로 가면서 보던 황폐한 민둥산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만해도 우리나라 산에서 성한 나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권 전 소장은 "산 높은 곳에도 나무가 많이 벌채된 상태였는데 지금 북한과 상황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치산녹화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을 다녀오던 박 전 대통령은 비행기가 국내 상공에 들어선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권 전 소장은 "녹색으로 물든 일본 땅에 비해 영일만을 들어서자 사막처럼 누런 모래밭이 펼쳐졌던 것"이라고 전했다. 산림청은 73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권 전 소장은 "정부가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산림 녹화에 힘썼는데, 나는 지리산 밑인 경남 함양군 관리소로 파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9평짜리 오두막 관사에 남자 4, 5명이 살며 나무 심기, 도벌 예방 등을 했다"며 "하루에 버스가 한 대 정도 들어오는 지역이라 1년에 2, 3번 정도 집에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78년까지 진행된 1차 치산녹화 사업에는 빨리 성장하는 리기다 소나무, 현사시 나무 등이 주로 심어졌다. 이 기간 동안 나무를 심은 면적이 약 108만㏊다. 우리나라 면적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1979년 2차 치산녹화 사업이 시작됐다. 1차 사업이 녹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면 2차는 밤나무, 잣나무 등 산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나무가 주로 심어졌다. 2차사업의 핵심은 양묘장 관리였다. 건설에 쓰이는 피나무, 느티나무 등 질 좋은 목재용 나무를 얻기 위해서는 묘목 관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권 전 소장은 당시 전북 남원의 운봉 양묘장으로 파견돼 2차 사업이 마무리 된 90년대 초반까지 묘목을 관리했다. 권 전 소장은 "공직 생활을 치산녹화 사업과 한 몸이 돼 일했다"며 "지금도 직접 나무를 심었던 곳에 가끔 가보는 데 심을 때 둘레가 약 1㎝이던 나무들이 지금은 약 40㎝의 아름드리가 됐다"고 말했다.

1988년에 시작한 제3차 치산녹화 사업부터는 산지자원화가 초점이었다. 3차부터 나무 '심기'가 아닌 '가꾸기'로 개념이 바뀌었다. 권 전 소장은 "1차 사업 시작 당시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숲의 나무 밀도는 13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액(2010년 기준)은 약 109조70억원이다. 숲은 물을 머금고, 정수하고,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기능을 통해 국민 한 사람 당 연간 약 216만원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제5차 치산녹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초점은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오순환림 조성이다.

권 전 소장은 현재 현장에서 물러나 산림청 민원보호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임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역할이다. 그는 "한국의 치산녹화 사업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2005년 북한 양묘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언젠가 북한 조림사업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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