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중국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구촌에 AI 공포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확인된 환자만 9명,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전파될 확률이 매우 낮고 대유행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치사율이 30%를 웃돌고 사람 간 감염 정황까지 나오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위원회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월 19일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리모(87)씨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고열, 기침 등 H7N9 감염 증상을 보인 뒤 3월 7일 상하이 남서부 항저우(杭州)시의 훙모(38)씨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틀 뒤 항저우시의 북서쪽 추저우(滁州)시에서 한모(35)씨가 감염됐으며 열흘 뒤 북쪽 쑤첸(宿遷)시와 동쪽 난징(南京)시에서 각각 한 명의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등 중국 동중부를 중심으로 AI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정부는 "아직 사람 간 H7N9 바이러스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사람 간 감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 소식통은 리씨가 처음 발병해 사망한 후 그의 아들도 이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이다 수일 만에 숨졌다고 전했다. 리씨의 아들은 바이러스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감염 환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한 환자의 증상이 이미 2월 말에 시작됐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염경로로 추정되는 조류, 돼지와 접촉하지 않은 환자가 다수라는 점은 사람 간 감염 정황을 뒷받침한다. 감염 환자 중 돼지고기 판매상 우모(27)씨, 가금류 도축업 종사자 쉬모(45)씨 등 3명을 제외한 6명은 가금류나 돼지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I 바이러스는 보통 조류에서 사람으로 바로 감염되지 않고 돼지를 거쳐 변이돼 인간 전염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돼지를 통해 직접 감염됐거나 이렇게 감염된 환자를 통해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상하이에서 폐사한 돼지 1만여 마리에서는 H7N9이 검출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원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H7N9이 노약자는 물론 건장한 청년층에게도 치명적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환자 9명 가운데 4명, 특히 사망자 3명 중 2명이 20~30대였다. 사망자들은 모두 발병 20일 만에 숨을 거둬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 보건당국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한 해 오가는 사람이 69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교류가 많은 중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AI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4~7일 청명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들이 대거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공항과 항만 검역소의 입국 검역을 강화했으며, 손씻기를 비롯한 개인 위생에 더욱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만 정부는 이날 H7N9형 AI를 법정전염병으로 공식 지정했다. 베트남은 중국산 가금류 반입 단속을 시작했다.
● H7N9
독감을 일으키는 A형 인플루엔자의 한 종류. H는 인플루엔자가 체세포에 붙는 역할을 하는 항원으로 15종이 있고, N은 감염세포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빠져 나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게 하는 효소로 9종이 있다. H7N9은 H 7형과 N 9형이 합쳐진 것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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