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 '국가필수예방접종'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 비록 권장사항이기는 하지만 예방접종의 종류와 실시기준 및 방법에 관한 내용을 정해놓고 있다. 결핵이나 B형간염 등 12개 내외의 질환들이 주요 대상이다. 이처럼 체계화된 순서에 따라 예방접종을 함으로서 우리 자녀들은 각종 질병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내용 또한 학년에 따라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자녀들의 인성교육은 연령과 학년에 따라 무슨 내용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체계화 시켜놓은 연구물이나 교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교육에 앞서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고, 가정 학교 직장 학부모 교사 경영자 여당 야당, 그리고 종파를 초월한 국민 대다수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의 '인성교육'은 지지부진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요, 가르칠 교사가 없는 것도 아니건만 인성교육이 학교교육현장에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싹도 틔우질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난 정부 내내 학교 현장엔 '창의'와 '인성'이란 두 개의 키워드가 강조돼왔다. 그런데 '창조경제'가 새 정부의 핵심정책이 되면서 '창조경영'이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각종 언론 매체들엔 '창조'관련 특집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인성'은 창의에 가려져 시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분과는 "인성교육을 모든 교육에 선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역대 그 어느 정부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교육정책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성교육을 기본으로 하거나 우선하는 정책들이 교육현장에선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건 왜일까.
무엇보다 초중등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대학입시가 인성교육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온통 대입시뿐인 현실에서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인성교육에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관심은 고사하고 학생도 학부모도 인성교육에 신경 쓰는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 해 인성교육을 강화하려던 어느 고교 교장실에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대입시가 코앞인데 뭔 놈의 인성교육이냐"를 따져 묻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교장은 인성교육을 접어야 했다. 인성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중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만약 초등학교에서 고교까지 학년단계에 따른 체계화된 '국가필수 인성교육표'가 만들어지고, 그 이수여부가 어떤 형태로든 대입시와 취업 등에 필수권장사항으로 제도화된다면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은 획기적으로 전환될 것이다. 학교현장에서의 인성교육이 활성화 되지 못함은 결국 교육ㆍ사회적인 평가체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란 판단이다.
무엇보다 대학들이 나서야 한다. 대학교육은 그 본연의 사명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지적인 능력 못지않게 사람됨의 교육인 인성교육을 대입시에 반드시 반영해 주어야 옳다. 그래야만 초중고교의 인성교육이 활성화되고 새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행복'의 토대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대입전형제도가 학력위주의 본고사 외에 바둑, 서예, 의상·미용 등 특기자특별전형과 사회봉사자, 학생회임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독자기준도 마련돼 있지만, 3,000여가지가 넘는다는 대입전형가운데 인성교육을 담아내는 제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도 아이러니다. '착한 대학입시가 착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이제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옛 이름을 되찾은 '교육부'가 철학도 출신 장관이 주도적으로 나서 '인성교육 최우선 정책'을 학교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ㆍ전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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