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경우 거의 상가마다 교회가 하나씩 있습니다. 두 세 개 교회가 함께 들어 있는 상가를 본 적도 있습니다.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은 포화상태를 넘어섰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목회자가 좌절하고 심지어 목회를 포기합니다."
경기 부천 예인교회 정성규(48) 목사는 4일 우후죽순 같은 국내 교회의 팽창을 "성공주의와 맞물려 건물을 신성시하는 한국 개신교의 유별난 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0일 현재 국내 개신교 교회 숫자는 7만7,966곳(118개 교단 제출 자료 기준). 최근 급팽창해 거의 포화상태라는 전국의 편의점 숫자를 다 더해봐도 2만4,000여개로 교회의 3분의 1 수준이고, 어느 동네나 없는 곳이 없는 중식당(1만9,000여개) 역시 교회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대한민국은 교회공화국이다.
교회가 예배당을 갖는 것을 덮어놓고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별 보다 더 많은 십자가가 밤하늘을 수놓는 풍경이 심각한 위화감을 안겨주는 것은 분명하다. 더 문제는 '성전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예배당 건립 과정에서 교인과 목사간에 또는 교인들끼리 다툼이 일어나 결국 일부 신도들이 교회를 뛰쳐나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교회 건물 지으려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부동산 경기마저 식는 바람에 예배 한 번 보지 못한 채 새 성전을 다른 사람 손에 넘기는 경우도 있다.
예인교회는 예배당이 없다. 정 목사 자신이 교회 건물을 따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2년 이 교회가 생길 때 모인 교인들의 생각도 그랬다. 예전 교회의 성전 건축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 "이건 아니다"며 그 교회를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예인교회는 대신 부천시 상동에 있는 복사골문화센터 세미나실을 일요일에 시간당 1만~2만원 임대료를 내고 빌린다. 부천시 산하 부천복지재단 건물이다.
"건물을 갖고 있으면 편하겠죠. 매주 스피커, 마이크 등 설비나 교육도구를 한 트럭 실어 나르는 수고는 안 할 테니.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처럼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바로 '믿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게다가 일주일 내내 쓸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쓰려고 건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경제 논리로도 맞지 않고요."
예인교회가 예배당을 소유하지 않은 첫 교회인 건 물론 아니다. 정 목사는 "서울 수도권 일대 교회가 포화상태가 되자 목회자들 사이에서 교회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도 좋고 빈 공간이면 어디서나 교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주님의교회(이재철 목사)나 일반 회사를 빌려 시작한 지구촌교회 같은 곳이다. "지금은 카페나 도서관에서 예배를 보거나 학교를 빌려 기도를 드리는 교회도 생겼다"며 '건강한 교회 새로운 목회'를 표방하는 "'교회2.0목회자운동'이 그런 교회들의 모임"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교회 건물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은 지금도 교인들 사이에서 간간이 튀어나온다. 빚을 갚지 못해 지어 놓고 들어가지도 못하는 교회 건물을 사면 그 교회도 도와주고 좋지 않느냐는 합리적인 설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정 목사는 그때마다 "그러면 우리가 처음 가진 생각이 무너진다"고 반대한다.
문제는 오랫동안 빌려 써온 문화센터에서 쫓겨날 경우다. 그때를 대비해 정 목사는 교회를 '아둘람'(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사울왕을 피해 숨었던 동굴)으로 명명한 소그룹으로 쪼갤 구상을 갖고 있다. 이미 19개의 아둘람을 만들었고, 목사 없이 이 아둘람의 10여명 신도들끼리 설교와 성찬식을 해봤는데 "돼더라"고 그는 말했다. 그에 앞서 지금은 자꾸 신도가 불어나는 교회를 쪼개는데 여념이 없다. 모두 신앙 '공동체'로서 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해가기 위한 것이다.
정 목사는 "초대교회는 건물 없이 했고 예루살렘교회는 모두 가정교회였다"며 예수 제자들의 복음 행적을 기록한 사도행전 7장 48절을 상기시켰다. "지극히 높으신 이는 손으로 지은 곳에 계시지 아니하시나니."
다음은 13일자 교회세습반대에 앞장서온 '석교감리교회 황광민 목사'
부천=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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