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인과 탈세 등으로 부를 축적해 온 대(大)재산가, 악덕 사채업자 등 224명에 대해 국세청이 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4일 "음성적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증여한 대재산가 51명, 국부유출 탈세 혐의자 48명, 불법·폭리 대부업자 117명, 매출액을 은폐한 인터넷 카페 등 8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국내 100대 기업의 사주도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는 최근 한 달간 역외 탈세 등 지하경제 추적을 위한 첨단 조사기법 교육을 마친 조사국 직원 927명이 대거 투입된다.
기업인의 경우 ▦위장계열사 설립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지분 차명관리 등을 통한 편법 상속·증여행위가 중점 검증 대상이다.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며 11건은 이날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해외 금융소득 자료를 해당국 정부에게서 넘겨받아 정밀 분석 중이다.
국세청에 포착된 불법 사채업자 중에는 고리(高利)를 받으면서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세금을 빼돌린 뒤 주가조작, 불법 도박 등 또 다른 지하경제 자금으로 사용한 경우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주요 포털사이트의 유명 인터넷카페와 해외 구매대행업체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카페 운영자들이 건당 100만원 안팎의 사례비를 받고 홍보성 사용후기를 써주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통해 올린 소득을 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대재산가 등 771명을 조사해 1조1,18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역외탈세 혐의자 202명에게서 8,258억원, 불법 사채업자 등 대부업자 361명 2,897억원을 각각 추징했다. 임 국장은 "매출액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전문직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확대할 방침"이라며 "대신 매출 100억원 이하 43만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일자리 창출 기업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유예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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