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54)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력한 부패척결 활동과 기업범죄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 성 추문 검사 사건 등 잇단 추문으로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한 검찰의 위기를 수사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채 총장은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크고 작은 비리와 추문,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과 비난의 파도를 맞으며 검찰의 위상이 실추되고 어렵게 쌓은 명성도 급속히 무너졌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본연의 임무로써 이웃과 공동체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부패지수가 여전히 높고 국가투명성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흡한 현실에서 강력한 부패 척결 활동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며 "부정과 비리를 단죄하는 데 어떠한 성역도 어떠한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은 이를 위해 연내 폐지가 결정된 대검 중수부를 대신할 특수수사 체계를 개편하는 것과 함께 권력형 부정부패, 기업범죄, 자본시장 교란 사범, 기술유출범죄 등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채 총장은 또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는 검찰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개정 형사소송법과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양보할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밖에 검찰 개혁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검찰시민위원회를 확대하고 위원회 내 전문가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제시했다.
채 총장은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각오로 새출발하는 이 자리에서 자성과 혁신을 강조한다"며 "비상한 각오와 굳건한 자신감으로 일치단결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어 나가자"는 말로 15분에 걸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채 총장은 단상 쪽에서 참석자들의 신고를 받던 관례를 깨고 출입문 뒷편에 서서 식장을 나가는 대검 간부 등 참석자 300여명 전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취임식을 끝냈다. 통상 단상 위에 마련됐던 총장석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을 4자리 축소하는 내용의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검사장 축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개정령에 따라 대구ㆍ부산지검 제1차장, 대전ㆍ광주지검 차장검사 등 4자리가 검사장 아래로 격하된다. 법무부는 현재 54명에 달하는 검사장 자리 중 이날 축소한 4자리를 포함해 모두 9자리 정도를 순차적으로 없앨 방침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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