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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키운 음악의 꿈, 열매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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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키운 음악의 꿈, 열매 맺다

입력
2013.04.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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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해결 안 돼 위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음악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20대 청년이 최근 미국의 유명 음대 2곳에 동시에 합격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형편 탓에 등록금을 내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명훈(20)씨는 태어나자마자 부산 서구에 위치한 소년의 집에 맡겨졌다. 2011년 성인이 된 그는 시설의 노력 덕분에 경북 구미의 한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고심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그에게 결코 단념할 수 없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가를 향한 집념이 회사를 그만두게 한 것이다.

박씨와 음악과의 인연은 어렸을 적부터 시작됐다. 여섯 살 때 소년의 집 관현악단에서 성가대 반주 활동을 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처음 손에 쥔 바이올린은 그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아 갔다.

부산 소년의 집 관계자는 “명훈이는 매일 바이올린을 끼고 살만큼 음악을 좋아한 맑은 심성의 청년이었다”며 “성인이 되어 시설을 나가게 되면 돈을 벌어 유학을 가겠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그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강하게 품은 건 2009년. 소년의집 관현악단이 미국 카네기홀이라는 ‘꿈의 무대’에 초청돼 공연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꿈과 생계를 해결해야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박씨는 과감하게 미국행을 택했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려놓고도 평소 ‘엄마’라고 부르던 수녀에게도 이를 알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박한 심정으로 건너간 미국에서 그는 불철주야 노력한 끝에 최근 미국 의 명문 음대로 꼽히는 NEC(뉴잉글랜드음악원)와 맨해튼 음대 두 곳에 지원해 모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박씨의 합격에는 든든한 멘토가 되어 준 김규(24)씨의 후원이 컸다. NEC 재학생이었던 김씨가 박씨를 처음 만난 건 2011년 8월, 소년의 집에서였다. 김씨는 방학을 맞아 잠시 부산을 찾았다가 음악강사로 봉사 활동을 하던 중 박씨를 만났고, 한 눈에 남다른 재능을 알아봤다. 김씨는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묘하게 마음을 떨리게 하는 뭔가가 명훈씨에게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재능과 열정이 있음에도 현실에 부딪혀 음악을 포기할 수도 있는 그에게 미국행을 제안했다.

김씨는 자신을 믿고 미국 보스턴까지 찾아 온 박씨를 위해 방을 기꺼이 내준 것은 물론 지원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새로 시작했다. 틈틈이 박씨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바이올린 연습도 도왔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최근 두 사람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박씨가 대학에서 장학금 일부만을 지원받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로 학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김씨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함께 갖춘 박씨를 도울 수 있는 후원자를 찾고있다.

박명훈씨가 미국 보스턴의 한 오피스텔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다. 박명훈씨 제공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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