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무소속 돌풍으로 정당공천제가 유명무실해 진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일본 중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도쿄 도지사직을 내놓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의 후임을 뽑는 통일지방선거에서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당시 도쿄도 부지사가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전임 이시하라 역시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지 않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도지사 4선에 성공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8년 38세의 나이로 최연소 오사카부 지사로 당선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ㆍ현 오사카 시장)도 당시 무소속 후보였다. 2007년 치러진 통일지방선거에서는 47개 도ㆍ도ㆍ부ㆍ현 지사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무소속 당선자였다.
이같은 현상은 기초자치단체로 갈수록 더욱 극명하다. 2009년 실시된 22개 시장선거에서는 당선자 전원이 무소속으로 드러나 일본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기초 자치단체인 정ㆍ촌의회는 80% 이상, 시의회도 절반 이상이 무소속이다.
일본에도 지방선거에 정당 공천제도가 존재하지만 제도자체는 유명무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존재감이 약해진 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기 전까지 자민당이 50년 이상 제1당으로 군림하면서 파벌과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를 펼친 데 대한 반감이다. 정당정치가 지역사회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인 기초의회만큼은 기성 정당에 물들기를 바라지 않는 유권자들의 독특한 표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유권자의 이런 경향 때문에 선거 출마자들은 아예 정당 추천을 배제한 채 무소속 출마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뒤로는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유권자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칫 정당색깔이 드러날 경우 맞게 될 후폭풍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면서 국정은 정당이, 지방자치는 무소속이 주도권을 잡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최근에는 기성 정당마저도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거나 연합공천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실상 유권자들이 투표로 중앙당의 지방공천 폐해를 심판한 것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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