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상하다. 김행 대변인은 그제 '고위 관계자'나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 사례를 들어가며 "앞으로 관계자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윤창중 대변인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한 데다 김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밝힌 내용이니 언론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요청이라 볼 만하다. 앞서 장ㆍ차관급 6명이 낙마한 '인사파문'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도 아닌 허태열 비서실장 사과문을 대변인이 읽은 '이중대독' 사건에 이어 청와대 홍보조직의 발상이 참으로 기이하다.
^김 대변인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청와대는 물론 해당 언론사의 신뢰마저 손상한다"고 주문의 배경을 들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언론보도의 신뢰 문제는 해당 언론사나 언론계 내부 논의와 개선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지, 청와대가 나서서 주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이를 간과해서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걸핏하면 언론보도를 트집 잡아 어깃장을 놓던 행태와 무엇이 다를까. 이 점이 마음에 켕겼던 듯, 김 대변인은 어제 대북ㆍ외교 문제와 관련한 추측 보도로 국민 혼선을 불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지만 변명에 불과하게 됐다.
^우리는 "최근 청와대가 논의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심지어 대통령의 생각과 동떨어진 내용이 청와대 관계자의 말로 자주 나온다"는 김 대변인의 말이 시사하는 대통령의 질책이 이번 '관계자' 발언의 진정한 이유라고 본다. 최근 4강과 유엔의 대사 내정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빚은 어이없는 실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엠바고(일정 시기까지 보도제한) 관례를 어긴 언론의 보도보다는 상대국 동의(아그레망)이전에 청와대 블로그에 보란 듯이 그 내용을 띄워놓았던 실수가 진정한 문제였다.
언론보도를 탓하기에 앞서 불필요한 '관계자'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굳히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길 청와대 홍보팀에게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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