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회사원 김모(29)씨는 서울 신촌의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인 4평짜리 오피스텔에 산다. 월급 240만원 중 매달 100만원씩 저금해 3,000만원을 모은 터라 '4ㆍ1 부동산대책'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전세나 주택 구입은 어차피 엄두를 못 내는 처지라 월세 비용을 줄이는 대책을 간절히 바랐건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소득공제 대상에서 빠진 오피스텔을 이 참에 포함시켰다면 젊은 층에게 와 닿는 대책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월세의 40%까지 공제해주는 '월세 소득공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설령 주택으로 간주하는 원룸에 살더라도 집주인들이 월세 수익을 감추려 들면 역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월세 소득공제의 빈틈 메우기는 홀로 사는 미혼 직장인에게 가장 절실한 부동산대책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싼 오피스텔을 생애최초 주택구입 대상으로 고려했던 신혼부부들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취득세 면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3일 생애최초 주택 중 취득세 면제 대상은 아파트, 빌라, 연립,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등이고, 오피스텔은 건축법 상 업무시설 용도여서 제외한다고 친절한 해석까지 해줬다. 5년간 양도세 면제나 금리 인하 혜택도 누릴 수 없다.
이처럼 1, 2인가구와 신혼부부의 보금자리로 사랑 받는 오피스텔이 4ㆍ1 대책의 각종 혜택에서 제외돼 톡톡히 찬밥 신세가 됐다. 더구나 세금을 낼 때는 주택으로 인정하고, 세금을 면제 받을 때는 업무시설로 판단하는 이중잣대 논란까지 빚고 있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업무시설이지만 부족한 소형 공급 확대를 위해 2010년부터 바닥난방을 허용하면서 준(準)주택 개념에 포함됐다. 특히 20, 30대 회사원과 돈 없는 1인가구의 주거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덕분에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2008년 8,249실에서 2012년 4만4,237실로 다섯 배 이상 늘었다.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사는 1인가구는 최근 10년간 2배 이상(2010년 97만3,000가구) 증가했다. 법이 뭐라고 규정하든 오피스텔을 사실상 집으로 여기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다.
국세청도 이를 감안해 1가구1주택자가 오피스텔을 매입해 주거용으로 신고한 뒤 다시 이를 팔면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고 있다. 세금을 걷을 땐 집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에선 주택이 아니라는 법적 기준을 내세워 세금 면제를 해줄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오피스텔의 월세 소득공제 대상 제외 역시 관련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올해 초 유명무실한 월세 소득공제 탓에 서민들의 불만이 컸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오피스텔은 세금을 낼 때만 집이 되는 것이다.
미혼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가 주축인 1, 2인가구는 급증세다. 서울시 1인가구 수는 151만가구로 전체 가구(419만2,000가구)의 36%에 달한다. 5년 만에 9.1%포인트 늘었다. 더구나 34세 이하 1인가구는 전체의 41%나 된다. 이들에게 월세 소득공제를 해주고, 변변한 아파트나 주택 대신 오피스텔을 살 때 혜택을 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인 셈이다.
4ㆍ1 대책의 사각지대는 또 있다. 9억원이 안 되는 중대형주택(85㎡ 초과) 소유자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아우성(3일자 5면)이고, 갈아타기 수요마저 막고 있다. 수도권의 전용면적 84.9㎡(공급면적 34평)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정모(37)씨는 지방의 홀어머니를 모실 생각으로 중대형 아파트 구입을 고민했지만 혜택이 전무하다는 소식에 계획을 접었다.
서민의 주거복지 대책 역시 뒷전으로 밀렸다. 행복주택 5년간 20만호 공급이라는 대선 공약은 올해 1만호 시범사업으로 축소됐고, 임대료 부담이 큰 저소득가구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 제도 역시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하반기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미혼 직장인이나 서민들은 이번 대책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차츰 깨닫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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