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수원 삼성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3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경기에서 페널티킥 4개를 얻고도 2-6으로 참패했다. 한 팀이 한 경기에서 4개의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수원은 라돈치치와 정대세가 잇따라 페널티킥을 실축, 충격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2무였던 수원은 가시와전 패배로 챔피언스리그 첫 승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이로써 16강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일왕배 우승 자격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가시와는 3승으로 독주 체제를 갖췄다. 수원은 이날 전북이 우라와 레즈를 3-1로 꺾으면서 '클럽 한일전'에서 패한 유일한 K리그 클래식 구단이 됐다. 전날 포항과 서울은 나란히 히로시마와 센다이를 물리친 바 있다.
수원이 역대 아시아클럽무대에서 홈 승률 86.2%(22승6무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에 서 가시와전 참패는 더욱 충격적이다. 수원은 15년간 홈 무패 행진을 달리다 2011년 10월 알사드(카타르)에 패한 바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내심 올 시즌부터 홈 무패 신화의 역사를 다시 써간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수원은 정대세와 라돈치치 투톱을 내세워 상대를 공략했다. 전반 5분 서정진의 중거리 왼발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주전 골키퍼 정성룡의 손가락 부상으로 대신 수문장 장갑을 낀 양동원의 실책성 플레이로 선제골을 헌납했다. 양동원은 전반 15분 구도의 슈팅 때 골문을 비우고 나왔고, 다나카는 자신에게 연결된 공을 텅 빈 골문을 향해 집어 넣었다. 수원은 전반 42분 정대세가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로 선언돼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양팀의 열띤 공방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페널티킥 4개가 나오는 진귀한 풍경도 연출됐다. 수원이 후반 2분 상대의 핸드볼 파울로 첫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라돈치치의 슈팅은 골키퍼 푸지타의 선방에 걸려 균형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후반 5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구리사와에게 중거리포를 허용, 두 번째 실점을 헌납했다. 수원은 1분 뒤 최재수의 득점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3분 뒤 구도에게 또다시 한 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 20분 정대세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파울을 유도해 두 번째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정대세가 땅을 차는 바람에 멀리 벗어났다. 1분 뒤 다나카에게 실점을 내줘 승부의 추는 가시와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27분 정대세가 수비수의 반칙으로 세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스테보가 성공시켰다.
수비진이 무너진 수원은 후반 29분 구리사와, 종료 직전 김창수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정대세가 네 번째 페널티킥을 따냈지만 또 다시 실축해 고개를 떨궜다.
한편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F조 경기에서는 전북이 우라와를 상대로 선제골을 먼저 내주고도 이승기 이동국 에닝요의 릴레이 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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