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미국시장에 판매한 190만대를 리콜하기로 함에 따라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2010년 가속페달 결함으로 미국에서 230만대를 리콜한 도요타처럼 브랜드 이미지 하락, 판매 감소 등 파장도 클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월보다 30% 가량 많은 6만8,300여대를 팔아 4.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번 리콜 물량은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알라바마 현대 공장과 조지아주 기아 공장의 연간 생산량(70만대)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들이 안전에 직결된 에어백과 브레이크등 스위치로 확인된 만큼 지난해 말 불거진 '연비 과장' 사태와는 비교 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의 연비 과장 문제는 안전과 상관이 없었고 현대차가 보상에 발 빠르게 대응해 후폭풍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에 결함을 일으킨 차종이 2007년부터 5년간 미국에서 생산된 현대차의 거의 모든 차량 모델을 망라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다. 브레이크등 스위치 결함 차량은 현대차 105만9,824대, 기아 62만3,658대이고, 에어백 불량 리콜 대상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18만6,254대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교통 당국에 접수된 소비자의 민원으로 촉발된 조사에 현대차가 직접 참여해 순순히 결함을 인정했고 그에 따라 자발적으로 리콜을 결정한 만큼 오히려 이번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가속 페달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도요타의 경우 문제를 축소하거나 결함을 숨기는 바람에 사태가 커져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미국에서 청문회장에 서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이 자국 차에 대해서는 리콜도 대대적으로 하지 않고 있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점에 비춰 이번 조치는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작년 연비 과장 사태에 이어 연이어 터져 나온 만큼 리콜 과정에서 소비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미국 정부의 의도를 잘 파악해 겸허한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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