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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면 물리와 시상 함께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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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면 물리와 시상 함께 떠올라요”

입력
2013.04.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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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또 다른 별명은 ‘바이올린의 명수’였다. 국내에서 사랑 받고 있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역시 응용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다. 과학과 예술 분야를 넘나든 것이다.

국내에서도 물리학자로는 처음으로 시집을 발간한 이가 있다.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 이종수(38)씨다. 그는 2000년 월간 ‘문학세계’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해 5년간 ‘문학세계’, ‘시세계’ 등에 작품을 게재하며 활동한 중견 시인이다. 그런 그가 데뷔 13년 만에 첫 시집 를 냈다. 그것도 필명인 이청진이란 이름으로.

이씨는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첫 시집을 내면서 물리학자와 시인이라는 걸 분리해보고 싶었다”며 필명으로 첫 시집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청진이란 이름은 푸를 청(靑)과 별 진(辰)을 합쳐 푸른 별, 즉 지구라는 뜻이에요. 자연을 연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나 봐요. 그 전에는 제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앞으로는 ‘이청진’이란 필명으로 활동할 겁니다.”

이성으로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감성으로 글을 쓰는 시인이 된다는 건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그 역시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며 “해가 어떤 원리로 떠오르는가를 생각하다가도 ‘참으로 아름답다’고 경이로워 한다”고 했다. 시를 쓸 때도 “뇌를 반으로 나눠서 머리 속이 달라져야” 시상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한 시간 가량 명상 한 뒤 작업을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됐다. “연구하는 머리를 접고 감성적인 마인드로 바꾸는 것이죠. 시적 감수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입니다. 시는 과학과 달리 영감에 의해 써야 하는 예측불허잖아요.”

딱딱한 신소재분야 연구 및 개발이 전공이지만, 사랑과 자아성찰 등에 관한 감미로운 시를 주로 쓰고 좋아한다. 이번 시집에서도‘외로운 초상’, ‘젊은 날의 슬픔’ 등 사랑에 대한 시를 추천했다. “어릴 적부터 꿈은 물리학자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은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근간입니다. 지난 5년간 독일 유학과 직장생활로 시를 등한시했지만 이젠 시인으로서 활발하게 작품활동하며 ‘이중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그는 10여명의 시인들과 ‘문학세계’동인지 집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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