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착한 정치인과 현실 정치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착한 정치인과 현실 정치인

입력
2013.04.03 12:01
0 0

서울 노원 병에 적신호가 켜졌다. 안철수의 낙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 후보는 열심히 돌아다니지만, 새로운 생활정치를 구현해 보려고 하지만, 대선 때와 같은 안철수 바람은 불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에서 무공천을 표방했는데도, 안철수에게 표가 확실히 쏠리지 않고 있다. 분산된 야권 표는 안철수에게로 결집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누리당 여권성향의 표가 결집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에게 노원 병을 뺏긴다면, 지지부진한 야권이 정치적 중심점을 잡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현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안철수의 행보는 처음에는 신선해보이기도 했다. 공학적인 단일화는 의미 없다는 발언은 원칙 있게 보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단일화의 쓴맛을 본 안철수, 그의 노원 병 출마선언은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을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안철수의 다짐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원 병 주민들은 그에게 아직 확실히 마음을 여는 것 같지 않다. 안철수의 생각이 착하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다. 그것이 현실정치에 대한 정치력부재일 수도 있고, 살아있는 안철수의 모습에 대한 희구일 수도 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노원 병 주민들은 그가 국회의원이 되면 새로운 정치를 여는 정치적 파워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 현재의 정치지형판도를 희망 있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악수한다고 해서, 단순히 노원 병이 발전한다고 해서는 결코 아닐 것이다. 악수와 스킨십을 따지면 노원 병에서 오랫동안 갈고 닦았던 다른 후보들이 훨씬 강하지 않을까. 아무리 전국적인 인물이라도 두 달여 동안 악수 많이 한다고 해서 정서적인 일체감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노원 병의 복지, 교육 등 발전은 오히려 여당 후보의 약속이 더 현실성 있게 들릴 것이다.

소통은 온대간대 없고 오직 나홀로 인사와 나홀로 정치를 ‘올곧게’ 밀고 나가는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안철수일 때, 반성과 책임도 없이 반사이익과 계파간의 분쟁으로 날을 보내는 민주당과 과거의 이념 선명성으로 자신의 존재만을 고집하는 진보세력 그리고 식물여당으로 전락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새누리당. 이렇게 철옹성처럼 변하지 않는 정치권을 확실히 강타하여 변화의 추동력을 보여줄 때, 다시 안철수에게 희망의 눈빛을 보낼 것이다.

안철수후보는 인사청문회가 부패한 기득권층의 통과의례로 전락해가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박 대통령이 그의 고집스러운 인사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때도 지역 유권자들과 악수하는데 열중했다. 더욱이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심각해지고,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그는 말을 아꼈다.

그가 진정 새로운 정치의 발판을 이번 보궐선거에서 다지고 싶다면, 확실히 선회해야한다. 정치현실에 대해서 말을 아끼지 말아야하며, 그의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 그 구체적 징표를 보여주어야 한다. 분열된 야권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이 시대에 맞는 진보정치는 무엇인지, 정치에 신물난 무당파층이 왜 안철수를 즐겁게 좋아해야하는지, 진정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려면, 야권세력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철수가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주민들 만나서 여론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 속에 갇힌 착한 정치인에서 국민들이 기대고 싶은 현실정치인으로 나와 주어야 한다.

유용화 시사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