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눈 밖에 나는 순간 지방선거는 끝이다. 당선 후에도 국회의원 말은 법이다."
경기 용인시의회 A의원의 하소연이다. 공천권이 당락을 결정하다 보니 국회의원 앞에 태생적으로 '고양이 앞의 쥐 꼴'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유권자보다는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는 게 우선이다.
2010년 용인시장 선거에서 이 같은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용인시장 민주당 후보 공천권은 같은 당 우제창(처인구) 전 의원이 좌지우지했다. 우 전 의원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던 김민기(현 국회의원) 시의원을 배제한 채 비리 전력으로 한나라당에서도 일찌감치 배제된 이모 전 시장 영입에 나섰다. 하지만 무리수라는 이유로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우 전 의원은 결국 김학규(현 시장) 후보로 방향을 틀었다.
김 후보는 2,400여만원의 세금 체납으로 결격사유가 명백했지만 우 전 의원은 김 후보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민주당원이었던 최모(54)씨는 "당시 당과 지역 분위기는 평가가 좋은 김민기 후보 쪽이었다"면서 "하지만 우 전 의원이 결격사유에다 수 차례 당적변경 전력까지 있는 김학규 후보를 공천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직후 부작용이 현실화 하기 시작했다. 첫 인사부터 우 전 의원의 인사 개입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우 전 의원이 측근을 심으려고 과도하게 시청 인사에 개입했고, 김 시장이 이를 거절하자 욕설을 퍼부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김 시장이 시청 내부행정망(새올행정시스템)에 인사청탁 정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삽시간에 퍼졌다. 둘은 이후 상대가 찾는 행사장을 피할 만큼 소원한 관계가 됐지만 "우 의원이 칼을 간다"는 소문은 자자했다.
결국 지난해 김 시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경찰 내사가 시작됐다. 공천 대가를 받지 못한 우 전 의원의 청탁수사가 우려한 대로 현실화 한 것이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청 소속 이모 경위가 우 전 의원의 보좌관에게 김 시장 수사 서류를 넘긴 혐의(비밀누설 등)로 수원지검에 구속되면서 청탁수사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용인시 관계자는 "우 전 의원의 요구는 공천에 대한 보은 수준을 넘어 시장을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수준이었다"며 "이를 거부한 후부터 각종 음해성 수사와 내사가 끊이지 않았고 항상 그 뒤에는 우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증언했다.
우 전 의원의 공천 사슬은 김 시장뿐만 아니라 시의원 출마예정자들 사이에서도 드러났다. 우 전 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기초의원 출마예정자 2명으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을 받은 것이 검찰에 적발됐다. 결국 우 전 의원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구속됐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었다.
용인=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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