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와 솔루션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창조분야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
…." 말하면서도 내가 지금 뭔 얘기를 하고 있나 했을 것 같다. 인사청문회에서 "창조경제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이다. 잘 모르면 설명이 어려워지는 법이다.
애먼 그를 뭐랄 건 아니다. 다른 누구도 쉬 알아먹게 설명해주는 이가 없다.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으로 바꾸는 것" "두뇌를 활용해 없던 걸 만드는 것"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존산업에 접목하는 것"…. 열심히 머리 써서 뭔가 다르게 해보자는 얘기인 듯한데, 이 정도면 굳이 국정목표랄 것도 없다. 누구나 먹고 살려면 이쯤 고민은 다 하니까.
원래 공부도 명확한 개념정리가 출발점이다. (객담이지만, 철학자 하이데거나 데리다처럼 심히 어렵게 개념을 꼬고 문장을 뒤틀어서 그걸 해석ㆍ번역하는 일로 숱한 후학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이도 있긴 하다. 창조경제의 목표도 결국은 일자리일진대) 그래서 우선 급한 건 개념이해다.
몇몇 추정의 단서는 있다. 우선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얘기해온 '스마트 뉴딜'의 우리말 변용이다. 한마디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이다. 또 하나는 경제민주화에 대비되는 성장의 방식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굴뚝 토목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아이디어 상상력 등 소프트웨어 위주로 투자해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기술ㆍ산업ㆍ문화의 벽 허물기다. 결국 요약하면 우리의 강점인 ICT를 기반으로, 융합(Convergence)산업 육성에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착안에는 모델이 있는 법이다. 창조는 사실 사려 깊은 모방이므로. 구글은 검색엔진에서 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IT기반 영상, 미디어, 태양열, 전력, 휴대폰, TV, 태블릿PC에다 요즘엔 안경, 신발산업으로까지 영역을 무한 확장해가고 있다. 고용효과도 크다. 15년 전 젊은이 단 둘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는 최근 10년간 매년 30% 이상 고용을 늘려 현재 직원이 2만5,000명 수준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 됐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보통신ㆍ과학기술부를 묶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고 그 업무영역을 지키려 왜 그렇게 애를 썼는지, 김종훈 장관 후보자에게 왜 그토록 마음을 두었는지 이해가 간다. 성장의 활로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의 새 틀은 필요하고 적절하다. 'IT 기반의 산업융합'도 달리 더 나은 대안이 없는 괜찮은 방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경이다. 창조든, 아이디어든 바탕은 상상력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어도, 많은 IT기업들의 문화가 유난히 자유분방하고 격의 없는 이유다. 하나같이 어두운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필기 해대는 모습은 아무래도 그런 것과는 멀어 보인다.
이의를 달기 어렵고 일일이 지시를 받는 상의하달 문화에서, 주요 정부직책 대부분이 정형화된 관료들로 채워진 구성에서 상상력은 애초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꽉 막힌 불통 이미지에 갇혀있으면서 벽을 허무는 융합을 강조하는 것부터 난센스다.
이명박 정부가 산업의 활로로 찾아냈던 게 녹색성장이다. 환경과 산업을 접목시켜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80만개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법을 제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하고, 야심 찬 5개년 추진계획도 만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외엔 딱히 기억나는 성과가 없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4대강 같은 토목 마인드와 어울리지 않았던 탓이 크다. 정책 성공에는 그만한 환경과 분위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좋든 싫든 창조경제는 훗날 박근혜 정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지금의 환경이라면 늘 그래왔듯 대통령 보고용 방안이나 만드는 수준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요체는 대통령부터 바뀌고, 정부 문화가 바뀌고, 그렇게 해서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명심하길. 창조란 원래가 자유와 유희(遊戱)의 산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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