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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원산지 검증’ 문턱 넘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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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원산지 검증’ 문턱 넘기 힘드네

입력
2013.04.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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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공구 제조업체인 A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세관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10월 수출 물품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자료를 보내달라’는 내용이 담긴 정보제공요청서(CBP Form 28)였다.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영업이익의 5%에 달하는 관세혜택을 입은 A사에 대해 미국 측이 원산지 사후검증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관련 서류를 도대체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점. A사는 나름대로 준비해 12월에 자료를 보냈지만 미국의 요구사항 전부를 충족하진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 세관은 사후검증 2단계인 서면 질의를 보내 왔고, A사는 이에 대해서도 답변서를 보냈으나 결국 올해 2월 말 ‘관세혜택 철회’라는 통보를 받았다.

원재료명세서(Bill of Material)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이유였다. A사 관계자는 “정해진 양식도 없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만큼 자유롭게 증명하라는 식인데, 이런 걸 처음 해 보는 기업 입장에서 쉽사리 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지난달 15일로 꼭 1년이 지났지만 수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원산지 증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FTA에 따른 관세혜택을 받으려면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그 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부터는 한국 수출기업의 원산지 증명서 발급에 대한 미국의 ‘사후검증’까지 본격화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배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원산지 사후검증에 나선 것은 최근까지 파악된 것만 총 20여 건에 이른다. 조사대상 업종은 섬유와 타이어, 자동차부품, 식품, 기계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들이었는데, 이 중 관세혜택 취소가 결정된 경우는 A사와 유아용 카펫 제조업체인 B사 등 2건으로 집계됐다. B사의 경우 중국산 원사를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원산지 검증에서 한국 수출기업이 더욱 골머리를 썩는 까닭은 검증방식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FTA 체결국은 해당 국가의 세관이 우리나라 세관에 사후검증을 맡기는 간접 검증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선 미 세관이 한국 세관을 거치지 않고 우리나라 수출기업을 상대로 원산지를 따지는 직접검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로선 미국 세관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기업들도 일종의 ‘지원군’ 없이 미국 세관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미 수출기업들은 원산지 증명 문제의 애로사항으로 서면조사 서류준비로 인한 행정부담 증가와 원산지 관리 시스템의 복잡함, 전담인력 부재 등을 꼽고 있다.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자체 구축한 C사도 “시스템 구축 후 외부 교육을 받았지만, 일반적인 수준에 불과해 우리 회사에 맞는 차별화된 지식을 습득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협력업체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이들한테 원산지 확인서 발급 협조를 구할 때 곤란을 겪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무협 FTA무역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미국 세관의 사후검증 절차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원산지 증명서와 원재료 목록, 원가자료 등 관련 증빙서류를 평소 철저히 유지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의 FTA 활용능력 제고를 위해 맞춤형 컨설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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