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 규모의 재원조달 방안이 아리송하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세출절감과 세입확충으로 각각 82조원과 53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5월 중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 즉 '공약가계부'를 통해 내놓겠다고 미루었다.
정부부처 사이의 중복사업을 걸러내고, 중앙ㆍ지방정부 및 민간의 역할을 조정하는 등의 기본방향은 제시했다지만, 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어서 조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실효성을 점치기 어렵다. 또한 증시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과세, 조세감면 축소 등 일부 제시된 구체적 방안은 여러 차례 거론됐다가 시장 현실을 이유로 후퇴했던 과거에 비추어 확정을 낙관할 수 없다.
국세청의 세수확충 방안은 좀 더 구체적이지만 과거 사례에 비추어 엄포에 그칠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이른바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경제활동 분야를 따로 떼어 엄격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현금영수증 발급 기준을 강화해 고액 현금거래를 노출시킨다는 국세청의 계획은 금융위원회의 정보 협력이 있어야 한다. 국세청과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조세범죄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탈세혐의 조사나 체납세액 징수에 필요한 자료도 국세청에 제공하도록 법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세청의 오랜 요구인 1일 2,000만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에 대한 상시 금융정보 접근권 등은 이번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기초적 수단이 없어서는 날로 교묘해지는 세원은닉, 조세회피를 따라잡기에 힘이 달리게 마련이다. 세무조사 기피나 세무조사 자료 은닉ㆍ조작 등에 대한 과태료를 현행 500만원에서 최고 3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기초정보 획득이 확고해져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구체적 재원조달 방안이 이처럼 늦어져서는 예산절감과 세수확충에 없어서는 안될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자꾸 늦추게 된다. 늦어도 약속한 5월까지는 분명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혜와 노력을 짜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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