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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거짓말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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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거짓말에 대한 단상

입력
2013.04.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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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악의에서 나온 것이든 선의에서 나온 것이든 대부분 민망한 것이다. 거짓말을 가리켜 민망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연은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에 기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라 할지라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거짓말은 사랑의 호흡기를 틀어막는다. 사랑은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고 서서히 질식하고 만다. 친구 사이에 하는 거짓말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은 우정을 녹슬게 하고 상처를 만든다. 이 어찌 민망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거짓말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는 관계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삶의 어느 순간에 쓰이는 거짓말 중에는 지극히 아름다운 울림을 가지는 거짓말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나는 드물게도 거짓말을 애틋하게 사용한 인상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느 봄날 꽃이 만발한 병원 응급실의 저녁, 생의 마지막을 달리는 아버지의 귀에 대고 한 것이다. 의사가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이니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말했을 때, 나는 아직은 의식이 살아 있는 아버지의 귀에 대고 "아버지 괜찮을 거래요. 일어나실 수 있대요. 집으로 갈 수 있대요."라고 말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 거짓말이었지만, 아버지는 사정을 다 안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곤 안도하셨을까. 사람이 죽어갈 때 가장 오래 유지되는 기능이 청력이라고 하는데, 말을 가리라는 뜻이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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