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ㆍ3사건 65주년인 3일 이 사건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이 7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국 개봉 이주일만이다. 수십 억원 이상의 자본을 투자해 대형 복합상영관을 장악하는 일반 상업영화의 수백만 관객과 맞먹는 성과이다.
'지슬'의 배급을 맡은 영화사 진진은 4ㆍ3 추모열기가 더해진 이날 오후 5시께 '지슬'관객이 7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금 기세라면 조만간 10만명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슬'은 규모가 큰 상업영화들의 각축 속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꾸준히 50, 60개의 스크린을 확보해가며 전체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슬'은 아픈 역사를 다루면서도 누구를 탓하기보다 위로의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고, 수묵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미에 유머와 재치까지 선사하고 있어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슬'의 흥행은 관객들이 전하는 입소문 도움도 크다. " 아픈 역사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플롯과 영상미는 완벽했다"(@dangsaja),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오는 영화는 봤어도, 극장 밖으로 나갈 때까지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영화는 처음"(@idealpark) 등 영화를 본 관객들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학교나 시민단체 등의 단체 관람도 '지슬'의 흥행에 한몫을 한다. 제주도민의'지슬'사랑도 각별해 제주에서만 기록한 관객 수가 2만5,000명에 이른다.
영화의 흥행으로 '지슬'의 무대를 직접 찾는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지슬'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주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속 주민들이 숨어 지낸 동굴인 큰넓궤와 당시 절멸됐던 마을터와 '헛묘' 등 동광리 4ㆍ3 유적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동광리의 한정필 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은 "지난 주말에도 제주 도의원과 시민 등 60명, 서울서 온 40명의 단체방문객들이 마을을 찾아 큰넓궤 동굴 체험 등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인 자파리필름과 제주여행사인 제주생태관광이 함께 진행하는 '지슬원정대' 관광상품도 인기다. '지슬'의 촬영무대인 동백동산 곶자왈과 용눈이 오름, 현기영의 소설 의 배경인 조천읍 너븐숭이 애기무덤 등을 둘러보는 상품이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 대표는 "지금까지 4회 진행돼 100명 정도가 다녀갔다. 교통편 등 문제로 참가인원이 제한돼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이달 말까지 남은 프로그램에 대한 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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