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반대로 운동을 그만 뒀어요. 주변에서 응원해주고 용기도 주면 숨어있던 실력이 나오잖아요? 박지성 선수처럼 기회가 오면 급성장해 세계적인 선수도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한 대학생이 지난해 12월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대학생 마포대교 난간에 올라섰다. 막상 다리 위에 오르니 무섭다던 그는 “포기하지 말라”는 ‘SOS생명의전화’ 상담사의 간곡한 설득에 다행히 고맙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그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였는지 모른다.
SOS생명의전화기가 생명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본보 2012년 9월 1일 1, 14, 15면 참고). 3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마포대교, 한강대교 등 한강다리 5곳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로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선택한 이들은 163명이나 됐다.
SOS생명의전화기는 자살시도자가 마음을 돌리도록 유도하고, 자살시도 광경을 목격한 행인이 신속하게 119에 신고할 수 있도록 다리 위에 설치된 긴급전화기다. 막상 전화를 해서는 알아들을 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고함만 지르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많은 경우 “이야기에 귀 기울여줘서 감사하다”며 마음을 돌린다.
장소는 마포대교에서 걸려온 전화가 118건으로 전체 상담전화의 72%를 차지했고, 절반이 넘는 통화가 저녁 6시부터 자정 사이에 이뤄졌다. 상담유형별로는 진로문제가 전체의 24%로 가장 많았고, 이성문제, 생활고, 외로움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의 이용률(62.6%)이 여성 이용률(37.4%)보다 2배 가까이 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나선영 한국생명의전화 국장은 “남성이 여성보다 주변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데 서투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익명이 보장된 SOS생명의전화기 이용자도 남성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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