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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권위의 상 받은 벤처 제품… 국내 시장만 몰라주는 ‘답답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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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권위의 상 받은 벤처 제품… 국내 시장만 몰라주는 ‘답답한 사연’

입력
2013.04.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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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독일 '레드닷'에서 국내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이색 휴대폰 케이스가 제품상을 수상했다. 하드케이스 일변도였던 기존 제품과 달리, 썸니즈가 개발한 '아이푸딩'은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향기까지 난다.

그런데 세계적 권위의 상까지 받은 제품이 국내에선 팔 수조차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인 즉 대형유통업체의 진입장벽 때문. 썸니즈측은 레드닷 수상 후 들뜬 마음으로 대형마트를 찾아가 납품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을 당했다. "처음 들어보는 기업 제품은 쓸 수가 없으니 벤더(중간 공급상)를 하나 거쳐서 오라"는 얘기였다. 레드닷 수상 사실까지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휴대폰 케이스가 남으면 얼마나 남는다고, 중간상까지 거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 회사 오승렬 대표는 2일 기자와 만나 "대체 중간상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2만원대 제품을 팔면서 중간상 마진 떼고, 대형유통업체 마진 떼면 파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요구하는 중간상은 전체 직원 5명이 전부인 썸니즈 같은 벤처기업에게는 그야말로 '손톱 밑 가시'인 셈이다.

썸니즈가 갈 곳은 해외 시장뿐. 해외 업체들에게 무조건 이메밀을 보냈는데 뜻밖에도 매일 10여건의 문의메일이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이어졌다. 오 대표는 "다행히 해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 수 만 개 주문을 받았다"며 "세계적 ?션업체인 베네통과 색색의 아이푸딩을 만들어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한국지사인 MBL코리아측은 각 구단별 로고를 넣은 아이푸딩을 만들어 이달 중순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해외 기업이라고 썸니즈를 알 리가 없다. 하지민 그들은 인지도와 상관없이 레드닷 수상 실적과 홍보동영상만 보고 구매의사를 전해왔다. 오 대표와 송지승 디자이너가 함께 개발한 아이푸딩은 딱딱하고 각이 진 스마트폰의 이미지를 깨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런 내용을 홍보 동영상에 담았다.

충격 완화 역할을 하는 아이푸딩의 재료는 양초를 만드는 파라핀이다. 투명 비닐팩 안에 색색의 파라핀액을 채워 부드럽게 움직이게 했고 갖가지 향기도 섞었다. 용액 안에 여러 문양의 조각을 넣어 움직이도록 했다. 사용법도 특이해 휴대폰 뒷면에 스티커처럼 붙일 수 있고, 더러워지면 물로 씻어 다시 붙여도 접착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쥐면 터지지 않을까 싶은데, 홍보 동영상을 보면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도 끄떡없다. 오 대표는 "국내 유일의 액상 고주파 기술을 이용해 탄탄하게 제조한 덕분"이라며 "이를 위해 두 달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관련 공장을 찾았을 만큼 공을 들였는데 국내 판로가 막혀 답답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후속제품은 아예 기획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이달 중순께 나오는 신제품은 터치화면까지 보호하는 폴더형 아이푸딩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 조만간 나올 갤럭시S4, 아이폰5 용으로 나올 폴더형 아이푸딩은 전면이 투명한 파라핀으로 돼 있어 화면이 보이고 파라핀 위로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작동할 수 있다.

오 대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장악한 국내 시장을 뚫는 게 해외 시장 진출보다 더 어렵다"며 "앞으론 일반 유통망과 로고나 사진 등을 넣는 기업(B2B) 시장도 겨냥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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