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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 10명 중 9명 “일반高 위기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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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 10명 중 9명 “일반高 위기상황”

입력
2013.04.0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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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가 무너지고 있다. 전국의 고교 교사 10명 중 9명은 일반고가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는 데에 동의했다.

한국일보가 일반고 재직 경험이 있는 고교 교사 98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3~15일 온라인여론조사 도구 '서베이몽키'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8%인 816명이 '일반고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은 9.2%로 83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교사들도 자신의 자녀를 일반고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자녀가 중3이라면 어느 학교에 보내겠느냐'는 문항에 응답자의 46.6%(398명)가 '외국어고ㆍ과학고 등 특목고, 전국단위 자사고'를 택했다.

공교육의 근간이자 고교생의 다수인 73%가 재학하고 있는 일반고 위기의 본질에 대해 교사들은 '우수 학생의 특목고ㆍ자사고 유출로 전반적인 학력 수준 저하'(73.5%ㆍ727명ㆍ중복응답)와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55.8%ㆍ552명)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초래한 것은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지난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와 특성화고에 지원을 집중하면서 오히려 일반고는 관심과 지원이 없는 가운데 '이도 저도 아닌'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게 교육계의 냉정한 평가다. 일반고 위기의 원인으로 교사들의 43.8%(365명)가 '특목고-자사고-일반고-특성화고로 서열화한 고교 다양화 정책'을 꼽았고, '학부모의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의존'(17.3%ㆍ144명), '특목고에 유리한 대입제도'(14.5%ㆍ121명), '정부의 일반고 지원 정책과 관심 부재'(12%ㆍ100명), '일반고의 교과과정 편성 및 학교 운영에 대한 자율성 부족'(11.4%ㆍ95명) 등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일반고의 추락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여러 유형의 고교가 생겼지만 가장 많은 수가 다니는 것은 일반고"라며 "교사나 학생들의 무기력증이나 자포자기 등 일반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살, 학교폭력 등 부작용을 더욱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분석업체 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도 "고교가 다양화하면서 일반고의 위상은 급강하했다"며 "올해 일부 자사고에 이어 대다수의 자사고들이 졸업생을 배출하는 2014년이 되면 추락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연구위원은 "교사-학부모-학생의 교육공동체 복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혁신고나 지역 일반고의 실험과 효과성을 분석해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일선 학교에서도 재료가 나빠서 음식을 못만들겠다는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한 흐름에 맞는 교육 방식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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