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치국면 계속 끌고가려… 美압박 카드 총동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치국면 계속 끌고가려… 美압박 카드 총동원

입력
2013.04.02 18:35
0 0

북한이 2일 영변 5MW 원자로(흑연감속로) 재가동을 선언한 데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핵 타격에서 핵 시설로 옮기며 대치 국면을 상당 기간 더 끌고가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긴장 국면을 거친 뒤 결국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미 협상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 및 남한을 겨냥한 카드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위협 수단을 모두 동원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한이 말로 수 차례 무력 도발을 공언했지만 미국이 B-2, B-52 전략폭격기 등 첨단 무기를 총동원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간 처절한 응징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자립적 핵동력공업 발전과 경수로 개발사업 추진'을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북한이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15일)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껄끄러워하는 핵시설 가동 카드를 꺼냄으로써 물리력 대신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화냐 대결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즉 보복 위험은 줄이면서도 나름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셈법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의 핵 능력이 핵무기는 물론 핵물질 생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은 언뜻 '낡아빠진' 카드로 비치기도 한다. 이 시설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2007년 10ㆍ3합의에 따라 불능화 조치가 이뤄져 정상화하는데 최소 6개월 넘게 걸린다. 원자로를 재가동해도 연간 플루토늄 생산량은 5~6㎏에 불과해 핵무기 1기를 만들기도 빠듯한 양이다.

북한은 이미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방식에서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으로 핵무기 제조 기술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꺼내 든 5MW 원자로 재가동 카드는 위협 수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된다. 때문에 이번 선언은 영변의 핵 시설 재가동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다양한 전술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이번 선언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미 대결 양상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 이후 연일 군사준비태세 강도를 높여온 북한으로서는 숨돌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 원자로 가동을 무기로 상당한 실리를 챙겼던 경험이 있다"며 "미국이 반응하지 않으면 1994년 건설이 중단된 영변의 50MW 원자로를 다시 짓겠다고 엄포를 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