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버블경제 전성기인 1991년 완공돼 ‘버블의 탑’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쿄(東京)도 청사가 천문학적인 수리비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청은 빼어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엉망으로 지어져 2020년까지 도쿄도가 부담해야 할 수리비가 762억엔(9,1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건축비(1,569억엔)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도쿄도청은 48층 건물의 제1본청사와 34층 건물의 제2본청사로 돼있다. 높이 243미터의 제1청사는 2007년 도쿄미드타운(248m)이 문을 열기 전까지 도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도쿄 관광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지상 45층에 마련된 무료 전망대를 찾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단게 겐조(2005년 작고)가 설계한 도쿄도청사는 성당을 연상시키는 이중탑 모양의 디자인으로, 정문에 해당하는 2층 홀에는 고가의 화강암을 대거 사용했고 높이 18m의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지도록 설계하는 등 뛰어난 건축미학을 자랑한다.
하지만 내부를 둘러보면 곳곳이 수리 중이다. 설비 관련 고장 및 보수공사가 2009년, 2010년 2년간 6,200건 이상 시행됐다. 도쿄도는 최근 지진발생시 고층건물의 흔들림을 억제하는 설비를 추가로 설치키로 하면서 수리비를 820억여엔으로 책정했다. 그나마 새것으로 교체하려던 사무실 마루를 재활용하기로 하는 등 최대한 경비를 줄인 끝에 700억엔대로 낮췄지만 이 역시 엄청난 금액이다. 도청 관계자는 “공조관련 시설도 70% 이상 교체해야 한다”며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부품도 많아 수리비가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건물이라면 수리비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가라시 다카요시 호세이대학 교수는 “업무를 산하단체에 분담하면 굳이 대규모 청사를 짓지 않아도 된다”며 “청사 앞 광장도 시민들이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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