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애플이 13억 중국 소비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무상 수리 기간과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중국을 경시한다는 언론의 집중 공격과 당국의 엄포에 결국 최고경영자(CEO)가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애플은 1일 자사 중국 홈페이지에 팀 쿡 CEO 명의로 띄운 '존경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라는 서신에서 "지난 2주간 애플의 중국 내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우리가 일으킨 혼란과 오해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쿡은 "우리의 소통 부족이 애플이 오만하고 소비자 불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인식을 불렀다"며 "중국 내 영업과 소통 방식에 대해 더 많이 배우겠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문제가 발견된 아이폰4와 아이폰4S를 새 제품으로 교환하고 보증 기간도 새로 산정하기로 했다. 보증 기간 내 수리 시엔 새 부품을 사용하고, 애프터서비스와 보증 수리 정책 등의 규정을 인터넷을 통해 명확히 밝히기로 했다.
CCTV는 앞서 지난달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4S 등에 문제가 생겨 새 제품으로 교환할 때 뒷부분 케이스는 과거에 쓰던 것을 그대로 부착하고 보증수리 기간도 연장해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미국, 영국 등과 중국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꿈쩍도 안 하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애플이 오만한 자세로 일관한다며 3일 연속 비판했다. 뒤이어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애플이 우월한 지위를 악용, 소비자 권리를 침해했는지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소비자협회는 진심 어린 사과와 중국 내 제품 보증 기간을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애플의 이번 사과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현실이 고려된 조치로 풀이된다. 애플의 지난해 중국 내 매출은 225억달러(약 25조원)였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여전히 "핑궈(苹果ㆍ사과와 애플을 뜻하는 중국어) 대신 중국산 배(중국산 스마트폰)를 사자"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에선 매년 소비자의 날 관영 언론들이 주로 특정 외국 회사를 불량 기업으로 지목, 공격하고 있다. 올해에는 애플과 함께 폴크스바겐이 도마에 올랐다. 폴크스바겐이 곧바로 차량 38만여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한 반면 애플은 "우리는 탁월한 제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2011년엔 중국 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인 금호타이어가 품질 불량 기업으로 지목돼 30만여개의 타이어를 리콜하고 공장 가동을 6개월간 멈추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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