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도미사일 장착 이지스 구축함과, 탄도미사일 탐지 해상 레이더 기지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인 SBX-1이 북한과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 중인데 이는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군사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국 군의 관계자는 "하와이에 배치된 미국의 SBX-1이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한 것 같다"면서 "탐지 거리가 2,000∼5,000㎞나 되기 때문에 한반도와 아주 가까이 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NBC방송도 이지스급 구축함 매케인호가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를 한반도에 보낸 미국이 이제 해군력으로 대북 무력 시위를 하는 양상이다.
매케인호와 X-밴드 레이더가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일부인 만큼 이번 조치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등 특이동향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때도 구축함과 X-밴드 레이더를 투입한 적이 있다. X-밴드 레이더는 대형 시추선 크기의 선박 위에 레이더 돔을 설치해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고 이지스 구축함은 이를 요격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북한에 대규모 군 동원과 같은 동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수시간 뒤 보수매체 워싱턴프리비컨(WFB)은 위성사진에 정통한 관리를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부대가 전시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중거리 노동미사일과 이동 발사대가 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북한군 태세에 변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도 "이번 조치를 한반도 긴장 상황과 연관 짓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정기적인 함대 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정부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세 차례나 강조했는데 비슷한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위협에 자극받은 미국 언론의 보도 경쟁이 오보 논란을 빚을 만큼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이날 한반도 인근에 배치될 구축함도 처음에는 피츠제럴드호로 보도됐으나 나중에 매케인호로 수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여론에서 북한의 비중이 높아져 "북한 핵이 이란 핵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한국군의 관계자는 "X-밴드 레이더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일 것"이라며 "현재로선 북한 미사일 관련 특이 동향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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