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사는 40대 중반의 허모(여)씨는 2010년 세븐일레븐 직원에게서 편의점 오픈을 권유 받았다. 남편이 실직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직원은 "최저 월 500만원의 수익이 보장된 곳"이라고 꼬드겼다. 권리금 6,800만원이 부담스럽다고 하자 2,00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허씨는 결국 부모님이 30년간 거주해 온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원을 대출받아 편의점을 열었다. 그 후 2년 반 동안 남편과 함께 밤낮없이 일했지만 월 500만원은커녕 인건비도 나오지 않았다. 폐점을 하려 했더니 해지위약금 6,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사채라도 빌려 위약금을 갚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50대 초반의 방모씨는 2011년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회사를 그만 뒀다. 그러다 생계를 위해 작년부터 광주에서 CU 편의점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익이 괜찮았다. 그런데 주변에 5~6개의 편의점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설상가상 건강마저 나빠졌다. 어쩔 수 없이 폐점을 요청했지만, 본사에서는 "계약기간 3년이 안됐다"는 이유로 1년 분의 해지위약금을 요구했다. 또 폐업 전까지는 24시간 영업을 하도록 강요했다. 신학기라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던 김씨는 건강 때문에 새벽 3~4시 이후 잠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본사는 '점포 영업 중단'이라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2일 국회에서 참여연대와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이 개최한 '편의점 점주의 피해자 증언 및 가맹사업법 개정 필요성' 토론회에서 나온 피해 사례다. 이날 편의점 점주들이 증언한 본사의 불공정행위는 ▲근접 출점에 따른 매출 하락 ▲장밋빛 전망 남발 ▲과다한 위약금 ▲24시간 영업 강요 ▲언론 제보 때 협박 등이다.
특히 본사의 과도한 출점 경쟁에 따른 피해가 컸다. 매장을 열 때는 최소 수백 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약속하지만, 불과 몇 달 뒤 인근에 같은 브랜드 매장을 출점하는 식이다. 한 점주는 "서울 신림동에만 108개의 편의점이 있고 같은 브랜드간 거리가 10㎙도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 때문에 흑자 운영하는 곳이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는 이 같은 업계의 실태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협박도 불사한다. 오명석 세븐일레븐 가맹점주 협의회장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오픈하자 '온라인 활동 금지' 확약서를 요구하는가 하면, 언론 인터뷰를 할 경우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무관심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븐일레븐 점주 김모씨는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조사관은 '본사 개발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른 체 했다"고 비난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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