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이 LA 다저스의 당당한 2선발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1, 2선발은 각 팀의 '원-투 펀치'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들이다. 그 만큼 맞대결을 해야 하는 투수도 만만치 않다. 류현진 역시 "2선발은 상대 에이스와 맞붙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과 책임감이 동시에 든다"라고 밝혔다.
류현진은 3일 오전 11시10분(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매디슨 범가너(24)와 선발 대결을 펼친다. 범가너는 지난해 16승11패 평균자책점 3.37의 성적을 올린 수준급 투수다. 2009년 빅리그를 처음 밟은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왼손 '영건'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범가너의 장래성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2017년까지 6년간 옵션 포함 3,556만달러(396억원)의 장기 계약을 했다. 지난해 연봉은 비록 56만달러였지만 올해 75만달러, 2014년 375만달러, 2015년 675만달러, 2016년 975만달러, 2017년 1,150만달러를 받는다.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샌프란시스코의 지명을 받은 범가너는 198㎝, 106㎏의 거구로 직구 평균 시속은 147㎞ 정도다. 예리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지고 투심,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줄 안다.
투구 폼도 특이하다. 투구할 때 왼팔을 쭉 뒤로 뺀 뒤 스리쿼터 형태로 던진다. 랜디 존슨(은퇴)과 비슷하다. 투구 동작 시 공을 숨기고 나와 타자로서는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범가너는 통산 다저스전 8경기에서 5승2패와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4년 통산 성적은 36승30패와 평균자책점 3.20이다.
이에 맞서는 류현진 또한 범가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시범경기에서도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공을 뿌렸다. 특히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에선 강타자 조시 해밀턴, 앨버트 푸홀스 등을 가뿐히 요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류현진은 최근 몸무게를 100㎏대 초반으로 줄였다. 그는 "미국에 와서 9㎏나 빠졌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2년간 한화에서 몸무게를 측정할 당시 100㎏대로 떨어진 적은 없다. 류현진이 체중 감량에 신경을 썼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의지가 그 만큼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과도한 체중 감량은 구속 감소와 밸런스 붕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체중이 줄고, 근육량이 늘어 경쟁자들이 부상 및 부진으로 시달릴 때 연일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마운드에서 류현진과 범가너의 대결뿐만 아니라 서로의 공을 치는 타석에서의 대결 또한 관전 포인트다. 양 팀의 개막전에서는 다저스 선발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9이닝 완봉승에 8회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1m짜리 결승 솔로포를 터뜨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다. 다저스의 4-0 승리. 류현진과 범가너 모두 좌투우타다. 범가너는 지난해 타율 1할6푼7리를 기록했고, 투수 중 가장 많은 2개의 홈런을 날렸다. 동산고 4번 타자 출신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8년 만에 방망이를 잡고 5타수1안타(타율 0.200)를 기록한 바 있다.
류현진은 2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시즌 개막전이 끝난 뒤 "이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아직 메이저리그에 왔다는 실감은 안 난다"며 "마운드에 올라 던져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3일 100개 가량을 던질 예정이다.
류현진은 경기 비디오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어느 코스, 어느 구질의 공을 치는지 분석했다. 그는 "어차피 서로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부딪혀 동등한 입장"이라며 "나도 상대를 모르고, 상대도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당일 누구의 컨디션이 좋은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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