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아무래도 임자를 잘못 만났다. 줄이 끊어져라 엄청난 힘으로 건반을 난타하던 박창수(49)씨. 아예 주먹 쥐고 내리치기는 다반사다. 지난해 부친의 75회 생일 때, 부친이 노래방 기계의 반주로 부른 뽕짝 26곡을 음반으로 만들고, '순수'라는 타이틀을 붙여 증정한 사실과 전혀 아귀가 맞지 않다. 그에게서 현대성과 일상성은 묘하게 공존한다.
그는 '하우스콘서트(약칭 하콘)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집을 개방, 우리 시대 일급 연주자들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부르주아나 귀족을 위한 살롱 콘서트의 단순한 21세기 한국 버전이 아니다. 고급 소비 시장을 넘어, 창조 행위를 위해 모인 일류들이 펼쳐 보일 수 있는 현장의 감동이다.
현재 340회까지 진행됐다. 이 콘서트는 200회까지 홍대앞 자신의 집에서 펼쳐졌으나 201회 이후로는 현재의 서울 강남구 포이동 지하 스튜디오에서 치러져 오고 있다. 지난해 하콘이 10주년 맞으면서 전국 23개 극장에서'하콘,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작전'이란 이름으로 1주 동안 100개의 공연이 벌어졌다. 올해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전국 100개 공연장에서 콘서트가 펼쳐진다. 클래식계는 물론, 공연계의 타성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제작을 마친 10주년 기념 CD 판매 수익이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약관의 피아니스트 김선욱, 조성진도 그 안에 살아 있죠."일가족이 마루바닥에 철퍼덕 앉아 느끼던 젊은 거장들의 영기가 고음질로 살아 있다.
사람 복이 일궈낸 결과이다. 자신의 작업을 정리한 책 ' 하우스콘서트'(2008년 음악세계 발행)에서 그는 "첫 하우스콘서트에서 만난 김영희 선생과 나는… (중략)…1998년 결혼, 2002년 하콘을 시작하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이 10년마다 탈각해 왔다고 믿는다.
중2 였던 1978년이 첫 10년의 출발점. 1988년까지 그는 자신만의 즉흥 연주에 빠져 있었다. 이어 10년(1988~98년)은 영화, 무용, 연극과 거침없이 작업했던 시기. "곡을 빨리 쓰니까 현장의 무대 예술가들이 주목한 거죠." 그 중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것은 부인인 무용가 김영희씨가 이끄는 무용단'무트 댄스'와의 26년 세월이다.
그러나 그의 종착점은 즉흥이다. 세계적 프리 재즈 뮤지션인 강태환씨(알토 색소폰)와 1999년 이후 30여 차례 공식 무대를 통해 팽팽하게 펼쳐져 오고 있는 즉흥의 실험은 세계 현대음악의 첨단이 쭉 주목하는 터다. "나를 정립하고 나의 강점을 더욱 다듬는 계기죠."
백척간두서 진일보해 온 사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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