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5월까지 공공기관 기관장 평가를 마무리하고 기관장 교체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매 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장이 교체되어 왔으며, 박근혜 정부도 예외 없이 공공기관장 교체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463조 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37.5%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또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도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모두 낙하산 인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공공기관이 지니고 있는 그러한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제시한다.
첫째, 공공기관의 문제는 대부분 정부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한 경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감독청이나 기획재정부로부터의 각종 요금책정에 대한 압박이나 정권 대표 정책의 무리한 수행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그 공공기관 자체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결국 ‘공공기관의 부채증가율’ 같은 지표를 기관 및 기관장의 가장 주요한 핵심 평가요소로 지정하고,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을 당해 공공기관의 감독청에게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공공기관 평가결과 발표에는 그 공공기관의 감독청이 어디인가를 종합해서 감독청의 평가순위도 함께 발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감독청이 산하 공공기관의 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감독청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감독청도 산하 공공기관에 불합리하게 부채를 전가하거나 온갖 불편한 비용과 사업들을 전가하는 일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낙하산 인사 문제가 논란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사실상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무력화되고 정권 차원에서 ‘선지명, 후검증’ 같은 불합리한 인사관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공기관 기관장, 감사 및 주요 임원의 지명을 먼저 하고, 후에 형식적으로 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인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정신 그대로 당연히 ‘선검증, 후지명’ 즉, 후보자의 역량 및 도덕성을 먼저 검증 및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가장 적합한 인사를 지명하는 것 아니겠는가?
셋째, 공공기관장 인선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공공기관 내부 인재의 육성과 임용이다. 일반적으로 외부 인사를 공공기관의 요직에 배치하는 근거 중 하나는 외부인사의 역량이 내부인사보다 높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경험을 축적하고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기관 내부 인사가 임명될 경우 외부 인사를 임명하여 발생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해소함과 동시에 조직 내부의 사기를 높이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현재 기관평가를 위한 평가지표와 기관장 평가지표 간의 연계성이 떨어지거나 불일치하여 기관장 평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철저한 공공기관 평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기관평가와 기관장 평가를 연계시키고, 기관장의 핵심적인 경영 역량과 직결되는 평가 항목만을 기준으로 기관장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기관장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만에 하나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한나라당의 파란색 낙하산을 박근혜 정부가 새누리당의 빨간색 낙하산으로 바꾸는 것 위주로만 공공기관 인사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낙하산의 끈을 끊기는커녕 그 끈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밖에는 안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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