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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전병헌·남경필 의원의 ‘위험한 게임’

입력
2013.04.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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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로서 게임산업의 가능성과는 별개로,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만은 게임업계조차 인정하는 바다. 지나친 온라인게임은 청소년들로부터 진짜 세계와 현실 속에서 느끼고 사색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앗아간다. 아울러 학생들이 책상머리를 떠나 활기찬 신체활동을 즐길 여유와 기회도 위축시킨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규제와, 다양한 청소년 여가ㆍ스포츠 환경의 제공을 축으로 한 대책의 방향까지 잡힌 상태다.

그런데 게임 규제 관련 법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는 슬그머니 잦아드는 분위기다. 반면, 애써 창조경제론까지 갖다 붙이며 게임산업 진흥이 시급한 마당에 규제가 웬 말이냐는 주장만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는 지금 게임 규제와 관련해 두 개의 정반대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하나는 청소년 게임시간 규제를 위한 셧다운제를 강화하고 업계로부터 게임중독 치료 및 건강한 대안환경 조성을 위한 기금을 걷자는 규제 강화안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모바일게임을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걸 명문화하고, 부모 등이 원하면 셧다운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사실상 게임 규제 철폐안이다.

규제 강화안은 청소년 게임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에 따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이 연초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법안'으로, 규제의 필요성을 확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도 맥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손 의원 등은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지난 2월 "게임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수정해 나가겠다"는 아리송한 입장을 밝힌 후 입을 다물고 있다.

대신 한국e스포츠협회장으로서 규제 철폐안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낸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은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등은 거리낌 없이 게임업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규제 철폐와 산업 진흥을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다.

남 의원이 협회장에 취임할 때, 국회의원으로서 업계 이익단체가 분명한 단체장을 겸직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본질은, 남 의원이든 전 의원이든, 겸직 자체라기 보다는 청소년 건강과 직결되는 온라인게임 정책에서 업계의 돈벌이만 옹호하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용납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진작 "청소년들이 원하는 행복한 정책은 무엇인지 사회적 논의를 해보자"는 뜻을 밝혔고, 남 의원은 "셧다운제는 효과가 없으니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기자"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전 의원이 말한 사회적 논의는 실종됐고, 업계 자율규제 역시 이런저런 방안은 나오고 있으나 검토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자율규제 얘기가 나온 건 두 사람이 각각 게임업계의 수호자를 자처하기 훨씬 이전인 2011년부터였다. 하지만 자율규제는커녕 도박판 밑돈 대주듯 각종 아이템 세일 및 무료 제공, 게임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500%, 1,000%씩 주는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청소년들을 게임에 묶어두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게 업계의 불편한 진실이다. 청소년들을 온라인게임의 소비자, 또는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이런 상황을 두 사람이 정확히 알고 움직이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남 의원은 최근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은 게임산업이 돼야 한다"는 거창한 소리를 했다. 그게 옳든 그르든, 게임산업을 키우자는 데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산업 진흥과 건전한 청소년 게임문화의 정착은 다른 얘기다. 두 사람이 이런 면을 무시하고 게임업계 편에만 서는 '위험한 게임'을 계속한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치명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공론을 모아 게임 관련법 처리 전에 신뢰할 만한 청소년 게임 대책을 국민 앞에 제시할 책임이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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