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개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보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개헌에 반대하는 선두주자인 민주당은 최근 탈당 도미노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와사키 미노루(川崎稔), 우에마쓰 에미코(植松惠美子) 등 참의원 의원들이 지난달 탈당계를 냈다. 야마구치 가즈유키(山口和之) 전 중의원 의원도 탈당했다. 여기에 부흥담당장관을 지낸 히라노 다쓰오(平野達男) 참의원 의원마저 최근 탈당의사를 표시했다. 이들 중 일부는 개헌에 찬성하는 자민당이나 일본유신회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게 패해 여당 자리를 내줬지만 참의원에서는 87석을 보유, 83석을 가진 자민당을 누르고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민당을 견제하기 위해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유신회와 연계하려던 계획도 포기했다. 일본유신회가 최근 당 대회를 통해 평화헌법을 원흉으로 묘사하는 등 두 정당의 생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 당이 같은 선거구에 각기 후보를 내는 것도 여의치 않다. 유권자의 표가 분산돼 자민당 후보로 몰릴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우익 독주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한 공명당의 존재감도 약해졌다. 자민당의 연립정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합쳐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확보하는 등 압승을 거둔 뒤 "자민당이 헌법을 개정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평화주의 신념을 강조해온 공명당의 당 색깔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지적 장애인의 투표권을 둘러싼 소송과 중소기업 금융완화법 연장 등에서 자민당에 끌려 약자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당내 비판이 나온다.
공명당이 자민당에 끌려 다니는 것은 참의원 선거에서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에는 자민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공명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워낙 높아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자조감마저 나온다. 공명당 관계자는 "자민당과 연립을 파기하지 않는 한 헌법 96조 개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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