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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요무대 단축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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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요무대 단축 말라

입력
2013.04.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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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실버세대에게 가장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아마 '가요무대'일 것이다. 9시 뉴스만 끝나면 잠자리에 드시는 아버지도 이날만큼은 미동도 않고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하신다. 눈을 지긋이 감고 조용히 따라 부르시는 걸 보면 TV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싶었다. 해외동포들에게도 가요무대는 머나먼 고국의 그리운 추억을 더듬어 주는 타임머신이다. 교포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방송실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먼저 빌리려고 쟁탈전을 벌이던 시절도 있었다.

가요무대는 1985년 방송을 처음 탔다. 발라드 음악이 대세이던 시절에 소외 받던 트롯 팬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패배적이고 왜색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28년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시청률은 놀랍게도 항상 10%를 넘나든다. 아이돌 가수들이 줄지어 나오고 1회 제작비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를 모두 합친 시청률보다 높다. 심지어 KBS '뉴스라인', SBS 8시 뉴스, MBC 미니시리즈 '7급 공무원'도 앞선다.

KBS가 이런 '효자'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을 봄 개편 때 10분 축소 편성하기로 하자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와 반발, 읍소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이어 저도 매주 월요일 밤을, 목 매고 기다립니다. 시청자의 사연과 흘러간 그 시절의 노래가 그야말로 보약 이거든요.""지상파에서 전통가요를 들을 수 있는 겨우 한 시간짜리인데 그나마 10분을 자른다니요.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 무대는 개편 때마다 늘리면서 왜 전통의 가요무대는 확대는 못할 망정 축소라니요.""가요무대는 실버세대의 손을 잡아주는 삶의 끈과 같습니다. 실버세대의 손을 놓지 마십시오!"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KBS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단축 사유는 공영성과 다양성 강화다. 하루 중 TV 시청률이 가장 높은 평일 밤 10~11시 대에 다양한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기 위해 '뉴스라인'시간을 밤 11시 30분으로 옮기고, 그 사이에 교양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가요무대 단축이나 폐지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당시 홍두표 사장이 "시대감각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후 폐지 대상에 올랐으나 원로가수들의 강력한 항의와 다양한 연령층의 음악 배려라는 명분으로 살아남았다. 실제로 가요무대가 오랜 생명력을 가진 것은 그것이 단순한 쇼프로그램이 아니라 바로 보통사람들의 아픔과 애환을 들어주고 음악으로 달래주는 힐링 프로그램이자 옛날을 되살리는 하나의 문화기호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가수 현철은 이를 두고 "우리의 김치문화, 된장문화"라고 했고, 설운도는 "전통가요의 젖줄"이라고 했다.

KBS가 새로 선보일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공영성과 다양성을 강화할지는 모르나 1주일에 단 한 차례 방송되는 가요무대를 희생시킨 시간만큼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내용일까. 또 광고가 가능한 KBS 2TV에서라면 과연 시청률 10%짜리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24시간 종일 방송체제인데 '뉴스라인'을 10분 늦출 수도 있지 않나.

길환영 사장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도록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요무대가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렇지 않아도 당초 오케스트라급으로 이루어지던 악단이 언제부터인가 4, 5명의 단출한 반주로 바뀌고, 재방송도 사라져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다. 프로그램 회당 제작비를 알아보니 평균 1,700여만 원에 불과하다. 요즘 아주 잘 나간다는 연예인들 2회 출연료도 안된다. 이처럼 허접한 대접도 모자라 방송시간마저 단축하려는 걸 보면 천덕꾸러기로 대하는 느낌이다. 산간오지 노인들만 사는 집에서까지 꼬박꼬박 챙겨가는 시청료가 아깝다.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빠지는 힐링의 시간, 원기를 회복하는 마음의 보약을 보태주지 못할망정 뺏지는 말자.

최진환 문화부장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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