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기 혐의자 374명 적발, 수사 의뢰
A(43)씨는 운전도중 뒤따르던 차량이 바짝 붙은 것을 확인하고 건널목 앞에서 순간적으로 급정거했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뒷차가 추돌하면서 차량수리비와 치료비, 렌터카 비용 등을 받아냈다.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통사고지만, 일용직인 A씨에게는 돈벌이 수단이었다. 그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런 수법으로 일으킨 교통사고는 총 110건, 수령한 보험금도 1억4,600만원에 달했다. 연평균 2,400만원을 보험사고를 유발해 벌어들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A씨처럼 상습적으로 자동차보험 사기를 저지른 374명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이 벌인 보험사기는 총 8,181건이며, 이를 통해 받아 낸 보험금은 123억원에 이른다. 1인당 22건의 보험사기를 벌여 3,300만원을 타낸 것. 혐의가 확인된 사기범 가운데 택배나 택시운전 등 운송업 종사자가 177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111명은 보험사기로 적발되고 나서도 다시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B씨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교통사고 78건을 유발해 보험금 5,100만원을 타냈다. 그는 차선을 바꾸려는 차량에 빠르게 접근, 살짝 부딪친 뒤 수리비와 치료비 등을 요구하는 수법을 주로 썼다. 2010년 9월에도 보험사기 행각이 적발됐으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보험사기 행각을 지속했다.
가장 흔한 사고는 B씨처럼 차선을 바꾸려는 차량에 고의로 차량 속도를 높여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유형이다. 혐의자 3명 가운데 2명(67.4%)이 총 5,540건의 차선변경차량 사고를 유발, 88억원을 수령했다.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일방통행 역주행 등 교통법규를 위반차량을 대상으로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유형(9.4%)이 뒤를 이었고, 급제동으로 추돌 유발(8.3%), 후진차량 대상 접촉 사고 유발(5.1%) 등도 빈번했다. 천천히 지나가는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부딪혀 손목을 다쳤다고 윽박지르거나 뒷바퀴에 발등을 들이밀고 도로에 주저앉는 수법도 자주 등장한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들을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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