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군의 주력기인 수호이-27 전투기 한 대가 지난달 31일 산둥(山東)성의 동쪽 바닷가에 추락, 조종사 2명이 숨졌다. 이 지역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미국의 B-2 스텔스 전략 폭격기가 지난달 28일 군산 앞바다를 비롯,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직후다. B-2 폭격기 출격에 대한 중국군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공군의 수호이-27 한 대가 지난달 31일 오후 1시35분 훈련 도중 산둥성 룽청(榮成)시 후산(虎山)진 창후이커우(長會口)대교 북쪽 200m 지역 백사장에 떨어져 승무원 2명이 현장에서 숨졌다고 신화통신이 1일 전했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수호이-27의 UBK형으로, 2명의 조종사가 앉을 수 있도록 개조한 훈련용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사고 비행기가 어디에서 이륙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어떤 임무를 띠고 어떤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는지도 분명치 않다.
전투기가 추락한 지점은 한반도와의 거리가 300여㎞에 불과한 곳이다. 앞서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2 폭격기 2대가 1만500㎞를 15시간 이상 비행, 지난달 28일 군산 직도 사격장 상공에서 훈련탄을 투하한 뒤 다시 미국 본토로 복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은 관련국들의 공동 책임이며, 우리는 관련국들이 긴장된 정세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B-2의 한반도 상공 훈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한국의 서해까지 날아온 미국의 B-2 폭격기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군 기지와 전력까지 탐지하고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핵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가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한반도나 그 부근에 출현하면 오히려 가장 긴장하는 것은 중국군"이라고 말했다.
수호이 27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수호이 35의 원형인데, 매년 추락 사고 등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은 1992년 수호이-27 전투기 12대를 수입한 후 이를 기반으로 젠(殲)-11기를 자체 개발하는 등 현재 수호이-27 계열의 전투기를 300대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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