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화난 이유는 무엇일까. 친박계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비판의 소리를 쏟아내자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여권에선 친박계 의원들의 불만 표출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유승민 한선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워크숍에서 주로 문제 삼은 '창조경제' 개념은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 어젠다이고, 인사 역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잘못된 보좌를 질타하는 화법을 취했지만 사실상 박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라는 얘기다.
한 친박계 인사는 1일 "정권 출범 한달 동안 지켜보면 박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틀어쥐고 있으며, 인사 역시 하향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오랫동안 고생해 온 동지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섭섭한 심경을 표출했다. 친박계가 대선 승리에 기여한 만큼 어느 정도의 지분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요즘 같은 국정 운영 체제에선 그럴 만한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선교 의원이 워크숍에서 "대통령을 10년 이상 모신 정치인들을 불러놓고 겨우 3개월 모신 사람들이…" 라고 일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또 대선 승리 후 박 대통령이 인선 과정에서 가급적 친박계를 배제하면서 나타난 '역차별'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고생한 사람 따로, 혜택 보는 사람 따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몇몇 친박계 인사는 대선 승리 후 정부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 청와대와 정부에 들어간 친박계 인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당 일각에선 친박계 내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워크숍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인 유승민 한선교 김재원 의원 등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캠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이른바 '원조 친박계'로 분류된다. 반면 계파색이 엷었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내정자 등은 대선을 거치며 친박계 신주류로 부상했고, 당 지도부인 이한구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은 전면에서 대선을 이끌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친박계 내부의 역학 구도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친박 인사 기용이 늘어나겠지만 친박계 내부도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