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조직 감찰과 내부직원 징계 등을 총괄하는 감찰실장(1급) 자리에 현직 부장급 검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외부 인사를 감찰실장에 임명하는 것은 초유의 일로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 임명된 남재준 국정원장이 주도하는 인사 쇄신 및 조직 개혁 작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1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감찰실장에 검찰 출신 인사 영입 방침을 법무부와 검찰에 타진했으며, 현직 부장급인 A 검사가 사실상 내정 단계까지 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 수사국과 법무비서관실에 총 3명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지만 현직 검사가 감찰실장 자리로 가는 것은 검찰과 국정원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일단 외부 인사, 특히 사정기관인 검찰 인사가 감찰실장 자리를 맡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임 남재준 원장 체제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 시작이 인사 쇄신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전직 국정원 출신 한 인사는 "통상 조직 내 실세이자 원장의 측근이 맡는 감찰실장 자리를 외부에서 그것도 검찰에서 채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그동안 국정원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지난 10여년 간 국정원이 너무 약화됐다는 비판은 물론, 전임 원세훈 원장 체제에서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1년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서 드러난 정보수집능력 논란, 최근 국정원 직원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과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과 관련한 국내정치 개입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은 본연의 업무인 대북정보 분야에서도 무능을 드러낸 본보기로 질타받았다.
이 때문에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4년 동안 지속됐던 원세훈 체제가 뒤집히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러 건의 고소ㆍ고발과 함께 출국금지 조치된 원 전 원장 당시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국정원 고위직 출신 인사를 만나 "국정원은 본연의 대공ㆍ대외 업무에 충실하면 된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감찰실장 외부 인사 영입을 국정원이 조직ㆍ인사 쇄신을 앞두고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일었던 '숙청'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권 입맛에 맞는 내 사람 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만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인사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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