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회의를 열고 내각 총리에 박봉주(74) 노동당 정치국 위원을 임명했다. 2002년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했던 박 위원이 '경제 사령탑'인 총리에 전격 기용되면서 북한이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져 주목된다.
박 신임 총리는 지난달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당 경공업부장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총리 자리도 되찾은 것이다.
그는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각별한 신임 속에 ▦임금ㆍ물가 현실화 ▦배급제 단계적 축소 ▦기업의 자율성 확대 등 시장경제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7ㆍ1조치를 시행하며 2003년 내각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새 경제정책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2007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6년 만에 복귀했다.
당시 그는 총리를 맡았지만 정치국 위원의 아래 단계인 후보위원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당내 기반이 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국 위원도 함께 맡은 점으로 미뤄 앞으로 북한의 경제 개선 조치가 한층 묵직하게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이 당 중앙위 회의에서 핵무기 보유의 중요성과 함께 "경제 지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핵무력ㆍ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강조한 것도 경제 전문가인 그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당 중앙위 회의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지난달 8일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했다. 장 부위원장, 박 총리 모두 온건ㆍ개혁성향으로 분류되는데다 북한에서 내각이 총괄하고 있는 경제 부문은 장 부위원장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장성택-박봉주'의 투톱이 만들어내는 성과에 따라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중앙위 회의에서 박봉주와 달리 군부 주요 인사인 현영철 총참모장, 김격식 인민무력부장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되는데 그친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1위원장이 경제개혁을 강화하고 군부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박봉주의 중용을 계기로 북한의 경제개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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